[여의춘추-김상온] 천안함 2년, 정치권에서 실종된 안보

입력 2012-03-15 18:22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기습공격을 받아 침몰한지 2년이 다 돼간다. 이 사건은 같은 해 11월23일 발생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과 더불어 6·25전쟁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당시 국민의 마음에는 언제라도 한반도가 또 다시 포연에 휩싸일 수 있다는 두려움과 걱정이 가득했다.

그러나 양대 선거를 앞둔 지금 정치권에서 나라와 국민을 북한의 무력 도발과 전쟁 위험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국방력 강화 등의 안보 공약은 찾아볼 수 없다. 여야가 마찬가지. 오로지 복지공약만 난무한다. 안보가 전제되지 않은 복지는 있을 수 없음에도.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야권 선거연대를 하면서 안보와 관련해 내놓은 공약이라고는 군복무기간 축소, 대체복무제 도입이 고작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어떤가. 2015년까지 사병 봉급을 두배로 올리고 군복무 중 학점 취득기회를 확대한다는 것 외에 눈에 띄는 게 없다. 태평성대도 이런 태평성대가 없다.

전에 없이 극렬해진 北 위협

정말로 그런가. 천안함 이후 2년 만에 북한의 위협, 전쟁 위험이 사라졌는가. 상황은 정반대다. 김정일이 죽고 아들 김정은이 등장한 이후 북한의 대남위협은 전에 없이 극렬해졌다.

군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은 연일 군부대와 판문점을 시찰하고 군 훈련을 참관하면서 “원수들의 아성을 불바다로 만들라”는 등 선동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또 각종 매체는 남한 정부와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보복전’을 다짐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기자동맹 중앙위원회가 ‘무자비한 복수전의 조준경 안에는 청와대가 둥지를 틀고 있는 종로구도 들어있다’고 협박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상투적 수사, 혹은 남한의 선거를 앞두고 북한에 유리한 쪽으로 선거결과를 유도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북한은 짖을 뿐 아니라 물기도 함이 이미 입증됐다. 천안함 사건을 통해. 실제로 미국의 국제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천안함 같은 도발을 재차 꾸밀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권이 ‘안보 무개념’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친북 좌파적 야권의 정치공세에 휘말린 탓이 크다. 당장 천안함 사건만 해도 민주당의 이해찬 전 총리는 “만약 천안함이 어뢰에 의해 공격받은 게 사실이라면”이라는 식의 어법으로 북한에 의한 폭침을 우회적으로 부인했다. 또 한명숙 민주당 대표는 천안함 사건에 따른 5·24 대북조치 철회를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북에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며 “북풍이 우려된다”고 느닷없이 북풍타령을 내놓았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보수진영이 이어도 문제를 부각시켜 “선거용 안보장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이들이 보기에 북한의 무력 위협은 현실이 아니며 안보를 거론하는 것은 ‘장삿속’이다.

친북 좌파 정치공세 물리쳐야

이런 야권의 공세에 밀린 여당도 안보를 거추장스런 아이템으로 여기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나마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놓고 중단을 요구하는 야권과 정치적 공방을 펼치고는 있지만 뚜렷한 안보 공약 하나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래서는 안 된다.

안보가 표심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친북 좌파에 휘둘리는 야권에 대응하려면 오히려 안보를 전면에 내세우는 게 옳다. 아울러 야당은 안보, 특히 대북 안보라면 질색을 하는 친북 좌파에 더 이상 휘둘려서는 안 된다. 안보가 무너지면 야당도 설 땅이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확고한 안보 공약을 제시하는 여야를 보고 싶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