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 代母’ 허명자씨 “거쳐간 위탁아 121명 소중히 기억하죠”

입력 2012-03-14 21:49


“큰 나라로 입양 간 아이들이 양부모들과 국내에 찾아올 때 보람을 느낍니다.”

동방사회복지회 위탁모 허명자(68·서울 북아현동·사진)씨는 14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2개월 전 미국으로 떠난 생후 18개월된 송준이가 너무 보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허씨는 친모가 입양하기로 결심했지만 양부모가 결정되지 않은 아이들을 맡아 입양이 될 때까지 키우는 위탁모로 32년을 보냈다. 그는 “지금 데리고 있는 민혁이는 나보다 남편을 더 따르고, 여섯 살 손주는 동생이 없어서 친동생처럼 챙긴다. 온 가족이 아이 덕분에 똘똘 뭉쳐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1980년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간 뒤 적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이웃의 소개로 시작한 위탁모였다. 그 아들이 올해 마흔 살이 됐다. 허씨는 1남2녀를 키우면서 위탁아동 121명을 돌봤다. 2년 전 미국으로 간 조모(8)군은 왼손이 펴지지 않는 장애를 갖고 태어나 어려움을 겪었지만 허씨가 2년이나 돌보면서 애정을 쏟았다. 허씨는 지금도 조군의 사진을 간직하고 있다.

막 돌을 지낸 아이를 낯선 환경으로 보내는 슬픔은 겪을 때마다 가슴이 아리지만 성탄절 때 안부 카드를 받으며 위로를 받는다. 86년과 2010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미네소타를 방문해 성장한 입양인들과 양부모를 만나기도 했다.

보통 돌을 전후해 허씨의 품을 떠나는 아이들이지만 허전해하는 마음을 아는지 가끔 허씨를 찾아오곤 한다. 지난 1월에는 돌잔치 직후 호주로 간 한 남자아이가 양부모와 함께 9년 만에 찾아와 늠름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훌륭한 위탁모들이 많아졌다”며 “국내에는 아직 입양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예쁜 아이들을 데려다 키우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허씨는 오는 16일 동방사회복지회 창립 40주년 기념식에서 공로상을 받는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