阿 피그미족 “GPS로 삶터 지킨다”… 열대우림 개발행위로 쫓겨나자 ‘공동체 지도화 사업’ 전개
입력 2012-03-14 19:33
‘GPS(위성항법장치)가 피그미족을 지킨다.’
적도 아래 아프리카 중서부 콩고강 유역 ‘콩고 분지’에 GPS 바람이 불고 있다고 CNN이 13일 보도했다.
아프리카 열대 우림이 벌목과 광산 개발, 야자기름 생산 등으로 크게 훼손되면서 콩고분지에서 살던 원주민들이 터전을 잃고 쫓겨나자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GPS가 본격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콩고민주공화국, 카메룬 등 6개국에 펼쳐있는 콩고분지는 아마존에 이은 두 번째 큰 밀림이다. 미 알래스카주 2배 넓이의 땅에 4000여만명이 살고 있으며 이 중에는 ‘피그미’라고 불리는 원주민 50만명도 있다.
영국의 열대우림재단(RFUK)은 밀림 훼손으로 터전을 잃은 피그미족 등 원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GPS 기술을 이용해 ‘권리를 위한 공동체 지도화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공동체 지도화 사업이란 원주민들이 살던 곳을 GPS로 표시한 다음 이를 문서로 만드는 작업이다. 자신들의 터전에 대한 권리를 객관적 서류로 남기는 것이다. 지도에는 어디서 주로 사냥을 했으며, 물고기를 잡은 개울은 어느 곳이며, 성소(聖所)와 숲으로 들어가는 길은 어떻게 연결된다는 것까지 구체적으로 표시된다. RFUK의 티에리 한자는 “숲이 없어진다는 것은 이들에게는 단순히 살아가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공동체 기반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원주민들에게 지도를 만들어 주고 이들이 개발업자와 정부를 상대로 자신들의 권리를 분명히 주장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야자기름 회사가 일정 면적의 숲에 대한 개발권을 얻으면 그곳에 살던 원주민들은 그 숲에서 자신들이 무엇을 얼마나 얻으며, 어떻게 살아왔다는 것을 지도를 통해 설명하고 권리를 주장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원주민들끼리 토의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있다. 지도가 없을 때는 원주민들이 항의를 해도 상대방은 정확히 밀림 어느 곳에서 살았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전혀 응대하지 않아 무작정 숲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을 쫓아내는 것은 비단 개발업자뿐이 아니었다. 정부도 숲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원주민들을 숲에서 몰아냈다. 콩고분지 일대를 ‘열대우림 보호지역’ 또는 ‘국립공원’으로 지정, 구역 바깥으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책은 결과적으로 원주민들로부터 상당한 저항을 받았다. 이에 따라 카메룬에서는 이미 10년 전부터 이 같은 공동체 지도화 사업을 통해 원주민들을 보호해 왔다. 카메룬 환경과 개발센터(CED)는 2007년과 2008년 보움바 국립공원 인근의 수렵원주민인 바카족에게 공동체지도를 만들어 줬다. 지도에는 꿀과 망고, 약초를 채집하는 방법까지 수록됐다. 그 지도는 국립공원관리소에 제출됐고 공원 측은 바카족들에 한해 국립공원 접근 우대권한을 줬다.
RFUK와 CED는 공동체지도가 단순히 원주민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니며 수천 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그들을 통해 밀림도 보호받는다고 주장했다.
정진영 기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