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 결과] “일진 있다” 82%… ‘고위험군’ 관리키로
입력 2012-03-14 21:59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14일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결과는 초·중·고교생들이 직접 겪거나 목격한 사례를 전국 단위로 파악한 첫 자료다. 교육개발원은 전문 상담교사들과 조사결과를 심층 분석 중이다. 교과부는 분석결과를 학교폭력 대책 마련에 활용할 방침이다.
◇학교폭력 심각한 학교 ‘고위험군’ 관리=교과부는 학교폭력 사례가 많거나 일진 또는 폭력서클의 활동이 활발한 학교를 ‘학교폭력 고위험군 학교’로 선별해 전문상담교사 우선 배치, 컨설팅 장학 등의 지원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번 조사에서 일진·폭력서클이 있다는 답변이 나온 학교는 전체 초·중·고교 1만1672곳 중 82%인 9579곳에 달했다. 특히 학생 100명 이상이 “학교 내 일진이 있거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한 643곳(전체 초·중·고교의 5.5%)은 고위험군 가능성이 높다. 교과부는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고위험군 학교를 판정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학교폭력을 경험한 장소는 교실(25%), 화장실·복도(9.6%), 인터넷과 휴대전화(7.7%) 순으로 나타나 학교에서의 폭력근절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대두됐다. 조사결과는 시도별, 학교별 보고서로 만들어 다음달 일선 교육청과 각 학교에 전달된다.
개발원 측은 “설문지에 ‘학교생활이 너무 힘들어요. 저는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습니다. 우울증에 시달려 자살하려고 했어요…’라고 적은 학생이 있다”고 말했다.
◇낮은 회수율, 조사결과 경찰청과 공유=전수조사의 회수율이 25%에 그쳤다. 이 때문에 전국 학교의 실태를 보여주는 자료로서 일반화가 어렵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교과부 관계자는 “여러 내용을 기획해 실시하는 표집조사가 아니라 전수조사인 데다 전체 학생 중 25%만 응답한 자료를 통계 처리한 것이라 일반화하기에는 어려운 대목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수조사의 특징은 전체적인 그림에서 볼 수 없는 개별 학교의 구체적 문제를 파악하고 상응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교과부는 회수율이 0∼5%(782곳), 90∼100%(671곳) 등 지나치게 낮거나 높은 일부 학교의 경우 신빙성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재조사를 포함해 다양한 대응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경찰청은 이번 조사결과를 교과부와 공유하고, 피해경험이 기재된 설문지를 관할 경찰서로 송부했다. 경찰청은 지난 8일 기준으로 10만6063건에 대해서는 학교와 정보를 공유하거나 조치했으며, 3138건은 수사 등 즉시 조치했다고 밝혔다. 91건은 수사가 끝났고 19건은 수사 중이며 내사 중 2746건, 내사종결 282건이다. 1만3941건에 대해서는 순찰을 강화하거나 CCTV 설치지역으로 선정했다.
임항 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