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듯한 일자리 부족?… 그냥 쉬는 20대 사상 최대

입력 2012-03-15 03:44


제조업체 취업자 수가 7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질 좋은 일자리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번듯한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자 취업을 포기하고 무위도식하는 20대 수가 35만명에 육박,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전체 실업자 수도 11개월 만에 100만명을 재차 돌파했다.

통계청은 지난달 취업자 수는 2378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4만7000명 증가했다고 14일 밝혔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월 고용통계와 관련 “불확실한 여건에도 고용호조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자평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먼저 제조업체 취업자 수는 406만명으로 지난해 2월보다 8만8000명이 줄어들었다. 전년 동월비로는 지난해 8월(-2만8000명) 이후 7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반면에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7만8000명 증가), 건설업(7만7000명), 도·소매업(7만1000명) 등은 증가세가 이어졌다. 즉 비교적 안정적이고 임금이 높은 제조업에서는 일자리가 줄어드는 반면 제조업에서 밀린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들거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업종에 종사하는 사례가 늘어난 셈이다.

변변한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취업을 목전에 둔 젊은이들의 자포자기도 늘어가고 있다. 20대의 ‘쉬었음’ 인구는 34만6000명으로 지난해 2월보다 10.8%나 증가했다. ‘쉬었음’은 한 달간 구직활동을 한 경험이 없고, 취업준비나 육아·가사 같은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쉬고 있는 것을 말한다. 20대 ‘쉬었음’ 수는 전달(37만1000명)에 이어 두 달 연속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또 20대 중 한 번도 취업하지 못한 ‘취업 무경험 실업자’도 3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9.5%나 급증했다. 다시 말해 취업시장에 진출조차 못하는 20대가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경제활동인구(15∼64세) 중 첫 취업 연령대로 볼 수 있는 15∼29세의 ‘쉬었음’ 인구도 사상 처음 40만명을 넘어선 40만4000명이었다.

삼성경제연구원 손민중 수석연구원은 “스펙이 뛰어난 요즘 청년들이 눈높이가 높은 상황에서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다 보니 취업을 포기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며 “수요가 꾸준한 소방관, 경찰관 등 대민 봉사 업종을 늘리고 과학기술인력을 창출하는 등의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전체 실업자 수는 104만2000명으로 지난해 3월(107만3000명) 이후 11개월 만에 다시 100만명을 돌파했다. 실업률도 4.2%로 지난해 11월(2.9%) 이후 3개월 연속 상승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