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가미카제는 친일파였을까?… 자살공격에 내몰린 탁경현, 출격前 아리랑 부르며 눈물

입력 2012-03-14 18:20


역사스페셜 ‘조선인 가미카제 탁경현의 아리랑’(KBS1·15일 밤 10시)

태평양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일본은 자살공격이라는 타개책을 내놓는다. 폭탄이 장착된 비행기를 몰고 적함에 뛰어드는, 죽음을 담보로 한 작전이었다. 4000명에 달하는 젊은 군인이 이 무모한 작전에 투입돼 목숨을 잃었다. 그 중에는 10여명의 조선인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탁경현은 그들 중 한 명으로, 2001년 개봉한 일본 영화 ‘호타루’의 실제 주인공이다.

영화에서 탁경현은 전쟁이 막바지로 접어들던 1945년 5월 출격 명령을 받는다. 출격 전날에는 평소 자주 찾던 식당에 들러 ‘아리랑’을 부르며 눈물짓는다. 영화는 전후 시절을 그리워하는 일본인의 감성을 자극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탁경현은 5월 11일 전투기에 폭탄을 싣고 미군 함대로 돌진한다. 하지만 작전에 실패하고 결국 오키나와 해상에서 생을 마감한다. 그의 나이 스물넷이었다. 이후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돼 지금도 일본의 군신(軍神)으로 추앙받고 있다.

2007년 5월 경남 사천에서 추모비 하나를 두고 격렬한 싸움이 벌어졌다. 일본의 한 여배우가 탁경현의 위령비 건립을 추진한 것이다. 시민들의 반발은 거셌다. 천황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던진 가미카제 조선인을 기리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다. 결국 추모비 건립계획은 무산됐다. 출격 전날, 아리랑을 불렀던 조선인 가미카제 탁경현. 그를 비롯한 조선인 특공대는 과연 친일파였을까?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