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생으로 유학 중 급성백혈병 투병 베트남인 탄 따이씨 “한국이 저에게 기회의 땅 됐으면…”
입력 2012-03-14 18:16
“한국은 제게 여전히 기회의 땅입니다. 제가 베트남에 있었다면 아마 목숨을 잃었을 지도 모릅니다.”
인천 신흥동 인하대학교병원 1721호실. 파리한 표정으로 누워 있는 베트남의 탄 따이(24)씨는 지난해 청운의 꿈을 안고 한국에 왔다. 베트남 최고 명문인 호치민대학 화학공학과를 4년 장학생으로 졸업한 수재였던 그는 대한민국 정부 초청 국비장학생 시험에 합격, 인하대학교 대학원 화학공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지난해 1년은 제게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열정적으로 한국어를 공부했고 한국친구들도 많이 사귀었구요. 주위에서 도와주는 분들도 많았고 한국생활이 아주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갑지기 허벅지에 혹이 생겨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갔는데 급성림프구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따이 어머니가 급히 한국으로 들어왔다. 따이가 중학교 때 홀로 돼 오누이를 키우며 어렵게 지내오던 그녀에게 따이는 너무나 효성이 지극하고 든든했던 아들이었다. 창백한 아들의 얼굴을 본 그녀는 병상 앞에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공부만이 유일한 길이라 여기고 열심히 달려온 따이는 현재 두 달 째 병원에 입원, 항암치료를 받으며 투병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가족을 가장 두렵게 하는 것은 치료비다. 1년에 8000만원 정도가 든다는데 베트남에서 월 20만원 가량으로 살림을 꾸려왔던 따이 가족에겐 천문학적인 돈이 아닐 수 없다. 따이는 병마와 싸우면서도 한편으로 자신으로 인해 가족이 짊어져야 할 벅찬 비용을 염려하느라 더 야위어 가고 있다.
함께 공부하던 학우들도 보다 못해 따이돕기후원회를 구성했다. 대표를 맡고 있는 대학원생 천영채(27)씨는 “학우들이 모금에 나섰으나 현재까지 1000만원도 채우지 못했다”며 “독지가의 도움을 받아 촉망받는 영재인 따이가 치료를 잘 마치고 다시 우리와 공부를 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따이 씨는 “주위에서 염려해 주시고 기도해 주시는 분들에게 마음깊이 감사드린다”며 “투병생활이 힘들긴 하지만 반드시 병마를 이겨 한국에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후원회 연락처 010-9947-2023).
김무정 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