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방우체국-파푸아뉴기니 문성 선교사] (14) 성령의 돌보심 안에서
입력 2012-03-14 18:06
“하나님 말씀 배우고 싶다”
집짓기 도와줬던 무당
정글서 변 당해 안타까움
처음 부족장과 부족사람의 허락을 받고 부족에 들어갔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부족민들에게 문화충격을 주지 않는 것이었다. 그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 스스로 우리가 지낼 움막을 지어 줄 때까지 기다렸다. 움막을 지어주면 가족으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며 부족 전쟁이 일어나도 보호를 해주겠다는 뜻이다. 부족 추장 아모라 오파나는 큰 산의 능선을 하나님의 집과 우리 집을 짓고 하나님의 일에 사용하라고 그냥 내주며 큰사람(Bikpela: 공용어로 하나님)을 위하여 사용하니 참 기쁘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 땅을 싸움이 없는 자유의 땅이라고 불렀다. 왜냐하면 언제나 그 땅을 사이에 두고 리보레와 코라 마을이 전쟁을 하던 경계선에 그 땅이 있기 때문이었다. 물질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반드시 대가를 받는 코라 부족사람에게서는 결코 없었던 일이었다.
움막을 지을 때 키가 큰 무당이 찾아와 “당신이 가르칠 하나님의 말씀을 나도 배우고 싶다”고 하면서 집을 짓는데 돕겠다고 매일 같이 찾아왔다. 키가 크다고 모두 ‘에께바나’라고 부른다. 그런데 어느 날 저 아래 정글에서 여인의 큰 울음소리가 들리면서 사람들이 올라왔다. 에께바나가 정글에 갔다가 큰 나무에서 마른 나뭇가지가 떨어지면서 에께바나의 머리를 쳐 그 자리에서 죽었다는 것이다. 내일 보자던 그가 아침에 보이질 않아 찾았었는데 왜 오지 않고 정글로 혼자가 변을 당하였을까? 하나님 말씀을 듣기 원하였던 에께바나의 말이 기억나 안타까운 마음으로 며칠을 보냈다. 움막을 짓는 내내 저쪽 산 마을에서 밤새도록 가족들의 울음소리로 우울함 속에서 지내게 되었다.
주술사를 믿는 부족사람들이 혹시나 우리를 지목하며 하얀 사람이 마을에 들어와 일어난 일이라며 집을 짓는 것을 중단하거나 두려워하며 떠나기를 원하면 어떻게 될까를 걱정하며 오직 하나님께 기도만 했다. 사람이 사고사를 당하면 누가 주술을 걸었는지 찾아 보복을 하는 사람들인데, 한쪽에서는 그가 왜 죽었는지 웅성거리기도 하였지만, 아무도 그의 죽음을 문제 삼지 않았다.
우리 움막을 짓는 동안에 서로 일을 독점하여 나중에 받을 수도 있는 대가를 생각하고 서로 일을 하겠다며 싸움이 일어났다. 형제간에 서로 활을 쏴 동생 오파나가 옆구리에 활을 맞고 죽어가고 있었다. 그를 응급으로 소형비행기를 불러 도시 병원으로 보냈지만, 아무도 사고로 다쳤다고만 말하고 서로 싸웠다는 사실을 말해 주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가 알게 되면 마을을 떠날 수도 있고 그 동안 움막을 짓던 대가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아무도 말하지 않고 사실을 숨겼던 것이었다.
부족사람들은 서로 싸워도 외부인을 상대로는 서로 보복이 두려워 말하지 않는다. 집을 다 짓고 난 후 마을 사람들이 많은 음식을 가지고 우리 집을 찾아 왔다. 그리고 싸웠던 두 사람을 세워놓고 서로 악수를 하게하고 악수한 손아래로 음식과 고기를 전하며 서로 화해를 하는 것이었다. 상대가 거의 죽어가는 상황이 되었던 싸움이 큰 어려움 없이 마무리된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무 대가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 이런 일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였다. 주님은 우리가 마을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부족 형제들을 붙잡고 계셨다.
맑은 낮에 갑자기 검은 구름이 마을을 덮고 어두워지기 시작하였다. 구름은 마을을 지나 저 깊은 계곡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번개와 함께 동시에 지축을 흔드는 천둥소리가 들렸다. 모여 있던 마을 사람들은 땅에 주저앉아 두려워하였다. 아주 가까운 곳에 번개가 쳤던 것이다. 얼마 되지 않아 정글에서 큰 소리로 알려 왔다. 누가 번개에 맞았다는 것이다. 청년들이 달려가고 모두 모이기 시작하였다. 청년들이 어깨에 메고 온 사람은 추장 동생 마가브의 아들 하까루였다. 옷을 벗기고 두 팔과 두 다리를 잡고 모닥불 뜨거운 불 위에 놓고 의식이 있는지를 확인하였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눈의 동공은 열려있고 심장도 이미 멈추어있었다. 심폐소생을 위해 노력하였으나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폭우가 내리자 4명의 어린 아이를 데리고 큰 나무아래 서서 뒷머리를 나무에 기대고 서 있다가 번개가 나무를 쳐서 5명 모두가 멀리 날아갔는데 하까루만 절명하게 되었다.
이렇게 하까루는 임신한 아내와 3명의 어린 자녀를 두고 죽었다. 처음 언어를 분석할 때 언어조력자가 25명이 모였다. 그러나 지금은 15명만 남아있다. 어떤 형제는 떠나고 어떤 형제는 병들어 죽고 그때마다 마을 사람들은 왜 우리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죽는지 궁금해 하였다. 그런데 하까루의 죽음은 더 심각하였다, 하까루가 죽자 마을이 뒤숭숭해지기 시작하였다. 왜냐하면 하까루의 집이 우리 집과 가장 가까이 있으며, 언어조력자이며 아직 20대 초반의 청년인데 벼락에 죽었기 때문이다. 사실 하까루는 언제나 불평하며 지냈다. 아버지가 땅을 주었지 나는 준 적이 없다고 하며 자신이 추장 가족의 아들인데 소금을 왜 남들과 똑같이 주느냐고 불평하였다. 소금을 나누어 주면 그날 밤부터 마음이 풀릴 때까지 집에서 악령을 부르는 노래를 하며 우리를 저주하였다. 그는 복음을 들었으나 물질 욕이 심하여 오직 소유하고자 하는 욕심 속에서 살아 왔다.
추장의 동생 마가브는 자신 아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누가 주술을 걸었는지 찾기 시작하였다. “내 아들이 나쁜 사람이라 하나님이 벌하셨다”고 하면서도 찾아와 “내 아들을 생각하면 내가 마을의 모든 사람들에게 하얀 사람 집에 오지 말라고 하면 한 사람도 올 수가 없다. 그러나 당신이 하나님의 사람이고 하나님의 일을 하니 내가 그냥 두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의 말속에 속내가 들어 있었다.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모든 문제를 우리에게 전가하고 원하는 물질을 받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두려워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심정과 마을 사람들을 생각하며 기도만 하였다. 아버지! 모든 일이 아버지 섭리 안에 있으니 추장 동생 마가브의 마음을 붙잡아 주시옵소서. 이번 기회가 우리에게 고통이 된다 하여도 부족 형제들이 하나님 아버지를 인정하며 아버지를 아는 기회가 되게 하시고 복음을 전하는 기회가 되게 하옵소서! 마을에 평안함을 주시옵소서! 최종 전쟁 명령을 내릴 추장동생 마가브는 자기 움막 속에 다른 전사와 함께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새벽이 되었다. 마가브는 전투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하나님이 그의 마음을 바꾸어 놓으셨다. 긴장은 사라지고 마을에 평안이 다시 찾아왔다.
● 문성 선교사
문성(60) 선교사는 아내 이민아 선교사와 함께 20년째 파푸아뉴기니 선교를 하고 있다. 지병 박리성대동맥류 때문에 인공동맥을 차고 있다. 선교지 코라 부족은 식인을 할 정도로 원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