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이영조·박상일 공천 취소 배경… 공천잡음 진화 미뤘다간 민주당 꼴? 서둘러 칼 뽑아

입력 2012-03-14 21:47

새누리당이 14일 서울 강남벨트 후보자 2명의 공천장을 박탈한 것은 서둘러 공천 잡음을 차단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해석된다. 공천 후유증에 휩싸여 지지율 하락을 맛본 민주통합당 꼴이 돼선 안 된다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의지도 투영된 듯하다.

하지만 4·11 총선 공천 막바지에 이르러 터진 이번 악재로 ‘쇄신 공천’을 내세우던 당의 이미지에 큰 흠집이 나면서 최근의 지지율 상승세가 꺾이는 등 후폭풍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쇄신 공천 빛바래나=그동안 새누리당 공천은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바닥세였던 당 지지율을 40%대까지 끌어올렸다. 낙천자들의 격한 반발도 김무성 의원의 백의종군 선언으로 한방에 제압하는 호재도 나왔다.

그러나 이 두 곳의 공천 실패로 지금까지 쌓아놓은 ‘공든 탑’이 무너지고 있다는 당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은 서울의 ‘텃밭’인 이 지역에 간판 인물을 공천하며 공을 들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엉뚱한 인물을 뽑는 바람에 그동안 민주당으로부터 얻었던 ‘반사이익’을 고스란히 내놓게 됐다는 것이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강남벨트라 해서 새누리당 깃발만 꽂으면 되는 곳이 아니다. 역대로 강남권에는 당의 미래 비전과 방향을 상징하는 인물을 내세웠으나, 이번 공천은 그렇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부실검증 책임론 불가피=이영조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당초 대구 달서갑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강남을에 재배치됐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공직후보자추천위의 무원칙한 ‘돌려막기’가 빚은 결과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 박상일 벤처기업협회 부회장 공천도 ‘낙하산’에 가깝다는 얘기도 들린다.

따라서 두 후보의 재배치와 영입을 밀어붙인 인사에 대해서는 비판과 함께 책임론이 빗발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시스템 공천’이 아니라 몇몇 공천위원이 자의적 공천을 진행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이어졌고,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는 말도 나왔다. 일부 인사들은 두 후보를 전략공천키로 합의한 공천위원들의 연대 책임론도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엄격한 검증을 전면에 내세운 공천위의 부실검증 논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홍원 공천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천 심사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천위원인 권영세 사무총장은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이영조 후보의 경우) 전체적으로 평가하니 좋은 분”이라며 “아직 그런(공천 무효화) 생각은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천 무효 이어지나=당의 공천 악재가 서울 강남권 2곳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공천이 확정된 일부 후보가 이미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상태여서다.

경기 의정부을에서 공천을 받은 친박근혜계 홍문종 전 의원은 2006년 ‘수해 골프’로 제명됐다가 이번 총선을 앞두고 복당했다. 함께 공천을 받은 평택을 이재영 전 경기도의원도 같은 사건으로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경북 경주에서 공천장을 받은 손동진 전 동국대 경주캠퍼스 총장의 경우 공약 발표 당시 언론사 기자들에게 돈을 돌린 혐의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공천 재검토론이 제기된다.

친이명박계 핵심인 진수희 의원을 누르고 서울 성동갑 공천을 받은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사생활에 대한 구설에 올라있다. 한 비대위원은 “아직도 문제 삼을 만한 후보자가 몇 명 있다. 논란 진행에 따른 공천위의 대응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