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1년… 무토 주한 日대사 “서울시내 곳곳 ‘힘내라 일본!’ 입간판·현수막에 감동”

입력 2012-03-14 14:29


“서울 시내 곳곳에 ‘힘내라 일본!’이라는 입간판과 현수막이 수없이 등장한 것은 참으로 놀랍고 감동적인 것이었습니다.” 지난해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3·11) 직후 한국인들이 대재난을 당한 일본을 위해 함께 울면서 깊은 관심과 성원을 보여준 것에 대해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63) 주한 일본대사는 14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국민에게 거듭 감사를 표했다.

무토 대사는 “(서울 운니동) 일본문화원 외벽에 3·11 1주년을 맞아 한국민들께 감사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오늘 내걸었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3·11 발생 1주년을 맞아 ‘동일본대지진 이후 한·일 관계’를 중심으로 서울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에서 1시간 동안 이뤄졌다.

-재난지역 복구상황은 어떤가.

“지역별로 피해 상황이 달라 최종 복구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인프라 시설은 거의 복구됐고 공급체계 및 관광시설 복원도 마무리됐다. 엄청난 지진이 엄습했지만 지난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와테(岩手)현 히라이즈미(平泉)는 같은 도호쿠(東北)지방에 있어도 전혀 피해가 없었다. 도호쿠 지역에서 한국과의 교류가 이전처럼 이뤄졌으면 좋겠다.”

-후쿠시마 원전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 앞으로 일본 원전정책은 바뀌나.

“현재 사고원전 3기는 원자로의 밑 부분 온도가 섭씨 100도 이하를 유지하는 냉온정지 상태로 사실상 사고는 수습됐다는 게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방사성 물질 배출도 줄고 있다. 원전에서 반경 30㎞ 이내는 출입금지구역으로 지정됐다. 한국 정부는 아직까지 후쿠시마현에 대해 여행 자숙지역으로 지정하고 있으나 미국 대만 등은 최근 자숙지역에서 해제했다. 향후 원전 정책은 모든 원전에 대해 점검하고 안전성 스트레스테스트를 거치는 한편 주민협의를 통해 각 원전에 대한 폐기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원전폐기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

-3·11 이후 양국 경제관계는.

“3·11 이전부터 양국 경제관계는 새로운 차원에 들어섰다. 한국 제조업의 높은 기술경쟁력을 일본 기업들이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일본의 대한 직접투자는 40억 달러로 전년보다 배로 늘었다. 그 결과가 한국의 대일 무역적자폭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3·11을 계기로 일본의 부품공급체계를 지탱하는 한 축으로 한국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새로운 변화라고 본다.”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은 어떻게 되나.

“지금까지 한·일 FTA는 물품관세 철폐라는 시각이 강조됐다. 따라서 관세율이 일본보다 높은 한국이 손해라는 주장이 많았다. 하지만 FTA는 좀더 큰 차원에서 양국이 경제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에 따르면 향후 20년 동안 글로벌 인프라 플랜트 수요가 71조 달러다. 양국이 협력해서 글로벌 플랜트를 수주하고 공동으로 자원개발을 꾀하는 등의 새로운 전략이 모색돼야 할 때다. 이러한 협력관계가 무르익고 있는데 양국간 관세장벽이라든가 규제가 있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이런 차원에서 한·일 FTA를 봐야 한다.”

-3·11을 계기로 양국은 더욱 가까워졌으나 양국간엔 독도, 일본군위안부, 역사교과서 등 여전히 많은 문제가 가로놓여 있다. 해법은 없겠나.

“양국간 정치문제는 분명히 있다. 어려운 대목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양국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기본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국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협력하며 서로 이익을 볼 수 있는 관계다. 인식의 갭을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어려운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하면서도 기탄없이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의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일본의 대북 정책에 변화는 없나.

“북한이 비핵화 등 구체적인 변화가 있어야 그 연장선에서 북·일 대화도 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최근 북·미간 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의미 있는 한 걸음이라고 본다.”

무토 마사토시는

외무성 내 대표적인 한국통으로 일본 코리아스쿨의 선두 주자로 꼽힌다. 40년 외교관 생활 중 12년을 한국에서 근무했으며 전후 세대로서 한국말이 유창한 첫 주한 일본대사다. 2010년 6월 대사로 부임하면서 다섯 번째 한국 근무가 이어지고 있다.

조용래 기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