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쇄신 공천 역행하는 ‘지역구 세습’
입력 2012-03-14 17:56
민주통합당이 어제 ‘나꼼수’ 멤버인 김용민씨를 서울 노원갑 총선 후보로 확정했다. 김씨가 민주당에 입당한 직후였다. 김씨 출마 자체를 나무랄 일은 아니다. 참정권은 국민의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천 과정에 문제가 있다. 노원갑은 수감 중인 정봉주 전 의원이 17대 총선 때 당선됐던 곳이다. 나꼼수 멤버였던 정 전 의원은 수감되기 직전까지 재기를 노리다 수형자 신분이 되자 김씨를 노원갑 후보로 공천해 줄 것을 민주당 지도부에 강하게 요청해 그 뜻을 관철시켰다. 노원갑의 경우 민주당이 아니라 정 전 의원이 공천권을 행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노원갑이 정 전 의원 사유지냐”는 등 ‘지역구 세습’ 또는 ‘지역구 사유화’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꼼수 멤버 김어준씨는 최근 인터넷 방송에서 김씨에게 “(국회의원이 되면 면책특권이 있으니) 위험한 발언은 네가 다 해”라고 말했다. 농담 섞인 얘기겠지만, 면책특권을 이용해 허위사실을 마구 폭로하며 선동하기 위해 금배지를 달겠다는 위험한 발상이 읽힌다. 김씨는 어제 “이(MB) 정권과 끝장 보겠다”고 했다. 정치를 분풀이 수단쯤으로 여기는 듯해 우려스럽다.
민주당이 유권자들 의견을 듣지도 않은 채 정치 경험이 전무하고, 노원갑 지역 현안에 밝지 못한 김씨를 공천한 배경을 놓고선 선거전에 나꼼수 인기를 활용하려는 의도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나꼼수 멤버 모두가 민주당 지원 활동에 나설 경우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나꼼수에 기대 선거를 치르려는 민주당의 얄팍한 계산이 한심하다.
민주당의 지역구 세습은 또 있다. 이용희 의원이 지역구인 충북 보은·옥천·영동 후보로 이 의원의 아들을 낙점했다. 당선 가능성이 높다지만, 민주당에서 자유선진당으로 갔던 이 의원의 복당을 받아들인 뒤 그 아들을 공천한 것은 누가 봐도 정상적인 결정은 아니다.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의 부인 인재근씨가 김 전 의원 지역구인 서울 도봉갑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를 준비 중인 것도 비슷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