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입력 2012-03-14 17:59

동일본 대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한국교회가 보여준 사랑과 헌신은 국내 7대 종교 중 으뜸이다. 주요 교단, 연합단체, NGO, 교회까지 나서서 물심양면으로 일본을 도왔다. 한국교회가 일본에 전달한 구호금이나 구호물자는 100억원대로 추산된다. 예장통합 구세군 예장합동 등 주요 교단들이 2억∼11억원대, ‘한국교회 일본재해공동대책협의회’와 한국교회희망봉사단이 각각 3억원대, 월드비전 기아대책 굿네이버스가 8억∼26억원대의 성금 등을 일본에 기탁했다.

한국교회가 물질적으로만 일본을 도운 것은 아니다. 한국 기독교인들은 대지진 참사가 일본을 강타한 지난해 3월 11일부터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교회, 가정, 일터에서 대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한국 기독교인들의 기도 소리는 일본이 대지진 참사를 딛고 일어설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로마서 12장 15절)는 성경 말씀을 묵상하며 하나님 사랑을 실천하려고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기독교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일본 기독교인들도 하나님 사랑을 실천하기를 기대한다. 평생 한을 삭이며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에 일본 기독교계가 적극 나서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현재 생존해 있는 일본군 위안부는 61명에 불과하다. 헌법재판소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노력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한 지난해 8월에는 69명이 생존해 있었지만 그새 8명이 돌아가셨다. 할머니들이 워낙 연로한 상태여서 시일이 지날수록 생존자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만큼 촌각을 다투는 사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올해 3·1절 기념사에서 “이 일(일본군 위안부 문제)은 우리 국민 모두의 일이자 양심을 가진 세계 모든 사람의 일”이라며 “할머니들 생전에 마음의 한을 풀어드리지 못하면 일본은 영원히 이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놓치고 양심의 부채를 지고 갈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일본 정부는 애매모호한 입장만 보이고 있다. “앞으로 무엇이 가능한지 지혜를 모아 계속 검토하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적극적으로 해결할 의지는 보이지 않고, 질질 시간만 끌겠다는 속셈이다.

그렇다면 일본기독교협의회(NCCJ)를 비롯한 기독교계가 나서야 한다. 일본 기독교계가 양심 있는 인사들과 함께 공동전선을 펴기 바란다. 성경에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고 하지 않았는가.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