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1호기 전원중단 사고 한달간 쉬쉬… 12분간 비상발전기도 미작동, 냉각수 공급 스톱

입력 2012-03-13 22:19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 지난달 전원 공급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고리 원전 측은 경보를 발령하지도 않고 이 사실을 한 달 넘게 감추다 늑장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달 9일 오후 8시34분쯤 고리 1호기의 발전기 보호계전기를 시험하던 중 외부 전원 공급이 끊어지고 비상디젤발전기도 작동하지 않아 발전소 전원이 12분 동안 완전히 들어오지 않는 블랙아웃 상태가 됐다. 원전은 발전을 중단하더라도 원자로에 열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냉각수를 공급해야 한다.이번 사고는 냉각수를 공급하기 위한 외부 전원공급이 끊기고 이런 경우에 대비한 비상용 발전기조차 가동되지 않은 것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과 비슷한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당시 고리 1호기 원자로는 계획예방정비 기간을 맞아 핵연료를 교체하기 위해 각종 기기에 대한 점검·보수가 진행 중이었다. 원자로는 멈춰 있었고 사용후 연료 저장조와 원자로에 냉각수가 채워져 있었지만 잔열(남은 열) 제거 설비가 가동되던 중 전원 상실과 함께 기능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수력원자력이 이 사실을 위원회에 알린 것은 사고가 일어난 지 거의 한 달 뒤인 지난 12일이었다. 규정에 따르면 전원 공급이 중단되면 즉시 백색 비상경보를 발령하고 발전소에 주재하는 원자력안전기술원 주재원에게 이를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원전 관계자들은 자체적으로 12분 만에 전원을 복구시키는 데 성공하자 비상경보를 발령하지 않았고 원자력안전위는 물론 한수원 본사에조차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계획예방정비 기간(2월 4일∼3월 4일)이 끝나고 지난 5일부터 가동이 재개된 고리 1호기의 가동을 다시 중지시키고 현장에 조사단을 파견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지식경제부와 한수원은 자체적으로 감사와 조사를 실시해 관련자를 엄중 문책한다는 방침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방사선 비상계획서에는 전원이 들어오지 않으면 비상발령을 내리도록 규정돼 있는데 12분 만에 전원공급이 재개되자 현장에서는 경미한 사안으로 판단해 보고를 안 한 것 같다”며 “이후 외부에서 문제를 제기해 경위를 다시 파악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