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사외이사 인사 쇄신은커녕 뒷걸음질
입력 2012-03-13 22:05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쇄신 역할을 해야 할 금융권 사외이사 제도가 거꾸로 가고 있다. 단순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친분인사, 정치권 및 정부 낙하산 인사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13일 열린 외환은행 주총에서는 사외이사 7명이 신규로 선임됐다. 이중 천진석, 김주성, 방영민 이사가 논란의 대상이다.
천 이사는 하나대투증권과 충청하나은행 대표를 지냈다. 독립적인 경영감시가 핵심기능인 사외이사에 지주 계열사 대표 출신이 선임된 것이다. 김 이사도 1998년부터 2008년까지 하나은행과 하나금융의 사외이사를 지냈다. 방 이사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위원회 등에서 윤용로 외환은행장과 상당 기간 같이 근무했다. 사실상 CEO와의 ‘친분 인사’인 셈이다.
오는 23일 열리는 KB금융 주총에서 선임될 일부 사외이사에 대해서도 안팎에서 비판적인 여론이 우세하다. 국민은행 노조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사외이사 3명(조재목, 이영남, 황건호)에 대해 낙하산 인사와 도덕성 등을 이유로 선임 반대의견을 표시했다.
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조 이사는 이명박 대통령(MB) 대선 외곽조직인 선진국민연대 출신이다. 역시 연임 대상인 이 이사는 KB금융 사외이사후보 자문단으로 있으면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돼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황 이사후보는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 출신인데다 회장 4연임에 도전하다가 내부 반발로 물러나 사외이사로는 부적절하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조 이사는 이사회 활동을 성실히 해온 점에서, 이 이사는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차원에서 이사로 재선임됐다”고 말했다. 황 후보는 재직 중 강성 노조와의 갈등이 있었을 뿐 업무 능력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일 새롭게 출범한 농협금융지주는 사외이사에 이장영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선임했다. 퇴직자도 낙하산 인사를 자제하겠다는 금감원의 방침과 배치돼 논란이 일었다.
이런 가운데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쇄신도 수준 이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체 사외이사 32명 중 올해 임기가 만료된 21명 대부분이 유임됐으며, 교체인사는 3명에 그쳤다. 이마저도 2명은 연령 제한 등으로 사외이사 유임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다.
금융소비자연맹 조남희 사무총장은 “금융권이 사외이사를 본래 취지인 견제기능보다는 친분과 로비 역할에 중점을 두는 것 같다”며 “노조나 소비자 등 견제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인사들을 일부 기용하는 것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