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1884∼1904년 한국 땅을 밟은 女선교사 200여명 이야기… ‘조선의 어둠을 밝힌 여성들’
입력 2012-03-13 18:17
조선의 어둠을 밝힌 여성들/캐서린 안 지음, 김성웅 옮김/포이에마
“갈 수 있다는 게 기쁩니다. 하나님이 이 특권을 제게 허락하셨습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성경과 말씀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다면, 저는 그 땅에서 외롭게 살아갈 엄두를 내지 못할 겁니다. 그러나 성경, 성경의 명령과 약속을 제게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똑똑히 알게 될 것입니다. 성경보다 저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더 큰 자극은 없습니다.”
1897년 조선에 도착, 전주예수병원을 설립한 매티 잉골드 선교사(1867∼1962)가 미국 남가주 록힐제일장로교회에서의 파송식에서 한 고별사다. 내과의사였던 그는 오직 성경의 약속과 말씀을 품고 미지의 나라인 조선으로 향했다. 그의 발걸음으로 조선, 구체적으로는 전주의 어둠이 조금 밝혀졌다.
이 책은 1884년부터 1904년까지 20년 동안 잉골드 선교사와 같이 한국 땅을 밟은 200여 명의 여선교사에 대한 최초의 이야기이다. 남성 선교사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가려져있던 여선교사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저자 캐서린 안은 미국 풀러신학교에서 교회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1.5세 출신의 재미 신학자이자 목사. 현재 풀러신학교에서 교회사를 가르치고 있다. 한국 땅을 밟은 여선교사들의 눈물겨운 헌신과 노력에 비해서 너무나 많은 오해가 있었다는 점이 그녀로 하여금 책을 쓰게 만들었다. 저자는 여성 선교사들이 세운 근대 병원, 교육과 자선 기관 등이 한국 사회와 문화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 특히 길거리조차 마음대로 다니지 못했던 여성에 대한 인식을 얼마나 많이 바꿨는지를 세세한 증거자료와 사진을 통해 밝히고 있다.
교회사가인 서정민 일본 메이지학원대학 객원교수는 “역사의 흐름에서 강자보다 약자가, 남성보다 여성이 더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면서 “이제야말로 고통의 시대에서 행했던 여선교사들의 역사적 역할에 눈과 귀를 모아 감동을 다시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