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손자병법式 탄소세 저지 전략… 120억 달러 규모 항공기 구매 미적대며 유럽 항공사 우회 압박
입력 2012-03-12 19:16
중국이 흔히 써먹는 군사·외교전술 가운데 하나가 손자병법에 나오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이다. 이 전술이 최근 유럽연합(EU)이 결정한 역내 취항 항공기에 대한 탄소세 부과방침을 저지하기 위해 구사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에어버스 등 유럽의 7개 항공사는 EU의 탄소세 부과방침이 중국에서 받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주문과 일자리 2000여개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의 항의서한을 EU 주요국에 보냈다. 에어버스 최고경영자(CEO)인 톰 엔더스가 이 같은 활동을 주도했으며 브리티시 에어웨이, 버진 애틀랜틱, 루프트한자, 에어 프랑스, 에어 베를린, 이베리아 등의 회장이나 CEO들이 뒤를 받쳤다. 2대 항공기 엔진 제작사인 프랑스의 사프란과 독일의 MTU 사장도 이 편지에 서명했다. 수신자는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프랑스의 프랑수아 피용, 스페인의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 등이다.
에어버스 측은 애초 탄소세 도입은 환경법 논의의 일환으로 시작됐으나 지금은 무역갈등으로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들의 우려의 근저에는 중국이 자리잡고 있다. 베이징의 중국 정부 관리들은 중국 항공사들의 에어버스 항공기 도입 결정은 상업적 문제일 뿐이라며 짐짓 이 문제에 대한 공식적 언급을 삼가고 있다. 그러나 에어버스 등에 따르면 중국의 3개 국영 항공사는 12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A330 장거리 항공기 45대 구입 계약을 마무리 짓기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중국이 EU에 직접 보복하는 대신 항공사들의 가려운 부분을 건드린 것이 분명해 보인다. 당장 항공사들은 유럽의 재정위기로 손실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큰 고객인 중국을 잃을 경우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전 세계 240여개 항공사의 연합체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도 탄소세가 무역전쟁을 유발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EU는 역내 27개 회원국에 취항하는 모든 역내외 국가 항공사들에 대해 이산화탄소 배출 부담금, 이른바 탄소세를 부과하기로 하고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