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미군, 민간인에 난사… 美행정부 수습 부심 “충격적… 책임자 문책할 것”
입력 2012-03-12 19:16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발칵 뒤집혔다.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총기 난사로 최소한 16명의 무고한 민간인이 숨진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미 해병대원들의 ‘소변 동영상’ 사건에 이어 지난달 코란 소각 사건으로 아프간 내 여론은 물론 미국과 아프간 관계까지 악화된 상태에서 메가톤급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사태 중대성을 감안, 수습 초기부터 즉각 오바마 대통령이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직후 보고를 받고 바로 성명을 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아주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애도의 뜻을 전한다”면서 “가능한 빨리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책임 있는 누구든지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과는 별도로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전화 통화에서 다시 한번 유감과 사과를 표시하고, 신속한 조사를 약속했다”면서 “특히 아프간 주민들을 존중한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발표했다.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도 철저한 진상조사 지시, 카르자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책임자 문책 지시 등 빠르게 관련 조치를 취했다.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는 코란 소각 사건으로 미군 병사가 살해되고 사상자까지 발생했던 반미 시위가 더욱 격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조만간 대규모 항의 시위가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이 코란 소각으로 미군 병사들을 잇따라 살해한 데 대한 보복이라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 미군 당국은 이번 사건이 단독 범행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현지 아프간인들은 복수의 미군들이 화학약품을 뿌리고 총을 난사했다며 계획된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격렬한 비난과 함께 미국의 해명을 요구했다. 그는 “무고한 민간인을 고의로 살해한 용서받지 못할 짓”이라고 비난했다. 그의 비난은 아프간 주민들의 분노를 대변한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아프간 전략에 비판적인 정치권도 이번에는 한목소리를 냈다.
공화당의 공화당 존 매케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아프간인들의 분노와 슬픔을 이해한다”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민주당의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도 “이번 사건은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일부 언론들은 이번 사건으로 미군의 아프간 철군이 좀 더 가속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군 범인은 총기 난사 이후 자수, 소속 부대인 국제안보지원군(ISAF)에 의해 구금돼 조사받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는 AP통신에 범인이 아프간에서 마을 안정화 작전을 담당하는 그린베레(미 육군특부수대) 또는 네이비실(미 해군특공대)을 지원하는 임무를 맡은 일반 병사였다고 밝혔다.
범인은 미국 워싱턴주 루이스 맥코드 기지 출신이다. 이 부대 출신 4명은 2010년 아프간에서 주둔 중 민간인 3명을 수류탄과 조준 사격으로 살해했던 적이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