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철 “검찰 수사에 음모 있다”… SLS 구명로비 첫 공판 “신재민 등 건은 내 의사와 무관” 강조
입력 2012-03-12 19:16
“검찰 수사와 기소내용에 큰 음모가 있다. 어떤 고난이 있어도 진실을 밝히겠다.”
신재민(54·구속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이국철(50) SLS그룹 회장은 법정에서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했다. 검찰수사 과정에서 많은 자료를 제출하고, 충분한 진술도 했지만 자신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였다.
푸른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선 이 회장은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원범)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진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 회장은 이어 모두 진술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송구스럽다”면서 “(검찰 수사로) 모든 걸 다 잃었다. 한 가족, 한 집안, 한 그룹이 완전히 몰락했고 과거의 추억만 남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 회장은 그러나 “신재민 전 차관, 이상득 의원, 박배수 보좌관, 문환철 대표와 관련된 건은 내 의사와 관계없이 일어났다”고 강조했다. 이는 SLS그룹 구명로비 의혹 등과 관련한 검찰수사에 일종의 음모론을 제기한 것으로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과 변호인은 SLS조선이 선주에게서 받은 선박건조 선수금 1100억원을 이 회장이 횡령한 혐의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특정한 용도로 한정된 자금을 다른 목적으로 쓴 것은 명백한 횡령이라고 주장한 반면 변호인은 이미 자금의 소유권이 SLS조선으로 넘어왔기 때문에 횡령이 성립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회장으로부터 구명로비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문환철(43) 대영로직스 대표는 이 회장 공판에 이어 열린 첫 공판에서 “이 회장이 유언장을 보여주며 위기 상황이니 아는 분들 있으면 도와 달라”며 포괄적인 청탁을 했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이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이상득 의원의 전 보좌관 박배수(47·구속기소)씨를 알고 있으니 그를 통해 검찰 공무원과 (SLS조선 워크아웃을 담당한) 산업은행 임직원 관련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변호인이 밝혔다. 문 대표는 이 회장으로부터 받은 6억원을 박 전 보좌관에게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집중심리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해 다음달 30일 결심공판을 열기로 했다. 판결은 5월 중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2008∼2009년 신 전 차관에게 SLS그룹 법인카드 2장을 줘 1억300여만원의 뇌물을 제공하고, 선박건조 선수금 11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