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 중단… 파산… 중소 조선社 날개없는 추락
입력 2012-03-12 18:59
국내 조선업계의 불황이 깊어지면서 곳곳에서 라인 가동 중단과 파산 등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 탄탄한 대형 조선사들을 제외한 중소업체들은 몇 년째 계속되는 불황으로 줄도산이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두산엔진은 지난해 11월 선박용 엔진을 생산하는 창원 4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이를 화공 플랜트 기기를 제조하는 계열사 두산메카텍에 2년 기한으로 임대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선박용 엔진 수주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그룹 관계자는 12일 “조선업계 불황으로 엔진 수주가 줄어드는 반면, 화공 플랜트업계 호황으로 화공 기기 수주는 많아 공장을 빌려주게 됐다”며 “다만 조선 경기가 좋았던 2008년 증설했던 공장 한 곳이 잠시 쉬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두산엔진의 공장 가동 중단은 벼랑 끝에 몰린 중소 조선업계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보통 선박은 수주에서 인도까지 몇 년이 걸리는데 이미 조선 불황이 2년 넘게 진행되면서 중소 조선업계의 일감이 거의 떨어져간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형 조선사들이 건조하는 LNG(액화천연가스) 수송선이나 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은 꾸준한 업황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소 조선업체가 건조해온 일반 상선은 발주가 크게 줄었다.
전 세계 벌크선 발주 규모는 지난해 1530만GT(총톤수)로 전년의 4850만GT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유조선 등 탱커도 1990만GT에서 540만GT로 감소했다. 중소형 조선사 상당수가 일감이 없어 올해 말까지 버티지 못하고 줄도산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중형 조선업체인 삼호조선은 한때 수주잔량 기준 세계 100대 조선소에 포함됐던 회사였지만 자금사적 악화와 수주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달 창원지법의 기업회생절차 폐지결정을 받고 청산절차를 밟게 됐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장기파업 여파로 선박 수주에 차질을 빚으면서 지난해 11월부터 문을 닫은 상태다. 다른 중소 조선사 3∼4곳도 조만간 파산할 것이란 소문이 나돈다.
게다가 지난해 국내 중소 조선업체 중 수주를 기록한 조선사는 6곳에 불과하고, 수주잔량도 계속 줄고 있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