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파괴” 대기업 고졸 채용 대세로… 30대 그룹 7% 정도 늘어

입력 2012-03-12 21:39


기업들의 고졸 사원 채용이 보편화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일부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고졸 사원 채용을 늘리기 시작한 데 이어 올 들어서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올해 30대 그룹의 고졸자 채용은 지난해보다 6.9% 늘어나면서 장기적으로는 학력 중시 풍조를 타파하고 능력 위주의 인재채용 문화가 뿌리내릴지 주목된다.

한화그룹은 12일부터 26일까지 자사 채용 사이트를 통해 고졸 공채 500명, 채용전제형 인턴 700명 등 모두 1200명의 고졸 신입사원을 뽑기 위한 원서접수를 한다고 12일 밝혔다. 고졸 공채 자격은 이달 현재 3학년 1학기에 재학 중인 2013년 2월 고교 졸업예정자다. 또 채용전제형 인턴은 2014년 2월 고교 졸업예정자로 이달 현재 2학년 1학기 재학생을 대상으로 모집한다.

한화는 특히 우수한 고교 2학년생을 조기에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인재를 미리 확보해 회사의 우수 인력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들에게는 장학금 지급은 물론 사내대학 운영, 야간대학 및 방송통신대 학비 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삼성그룹은 고졸 채용 인원을 지난해 8000명에서 올해 9000명으로 1000명 늘리고 올해 처음으로 500명의 고졸 공채를 실시해 생산현장이 아닌 사무직이나 소프트웨어직에 배치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마이스터고 출신도 지난해 100명에서 올해 200명을 뽑았다.

CJ는 올해 신입사원 중 44%인 2350명을 고졸로 뽑기로 했다. 포스코 역시 전체 신입사원 6700명 중 절반에 가까운 3100명을 고졸 사원으로 뽑는다.

대우조선해양이나 롯데 등 일부 기업들은 입사 후에도 고졸 출신을 대졸자와 동등하게 대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다수 기업들의 고졸 채용은 생산직·기능직에 머물고 있다. 하는 업무가 다르다보니 임금체계나 승진 등에서 대졸자와 격차도 여전하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학력이 아닌 능력 위주의 인재채용 문화가 정착되려면 인사·승진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연공서열 문화도 능력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전무는 “최근 기업과 은행들이 고졸 채용을 늘리고 있는 것은 학력 차별을 없앤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며 “그러나 이러한 채용문화가 계속 유지되기 위해서는 기업만 바뀌어서는 안 되고 학력보다 능력을 존중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