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마진 키워 살찐 은행권, 또 그들만의 잔치… 외국인 배당 1조4400억으로 3년 새 7배

입력 2012-03-12 21:41


직장인 이모(43세)씨는 3년 전 은행에서 2억원을 대출받아 집을 장만한 뒤 매월 원리금 150여만원씩(20년 분할상환) 갚고 있다. 그런데 요즘 이씨는 은행 좋은 일만 시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위화감에 빠졌다.

대출금리는 오름세인데다 은행들은 수백%씩 보너스잔치를 벌이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배당금을 1조4000억원이나 챙겨간다고 하니 허탈할 뿐이라는 것이다. 은행이 고객은 안중에 없고 투자자와 임직원만을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외국인 배당금 3년 새 7배로 늘어=12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4대 금융지주와 기업·외환은행의 2011년 외국인 주주 배당금 총액은 1조4454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2조7000억원 늘어난 12조원으로 크게 늘어난 것이 그 배경이지만 무엇보다 해당 은행들의 외국인 지분이 높은 것이 주된 원인이다.

외국인지분율은 기업은행(13.79%), 우리금융(20.97%)을 제외하면 대부분 60%를 웃돈다. 특히 하나금융에 인수되기 전인 지난해 외환은행의 외국인지분율은 71.91%로 가장 높았고 배당액 또한 7003억원으로 가장 많다. 문제는 외국인배당액이 해마다 큰 폭으로 오른다는 점이다. 2008년 2112억원에서 지난해 1조4454억원으로 3년 만에 무려 7배 정도 늘었다.

◇은행 예대마진율 매년 올라=체감경기가 악화되는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올해도 보너스 잔치다.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하나은행과의 인수합병에 따른 위로금 형식으로 기본급의 500%를 보너스로 지급한다. 2006년 조흥은행이 신한은행에 합병됐을 당시의 보너스 300%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하나은행도 성공 축하금 명목으로 기본급 200%의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이미 지난 연말 월 급여의 150%와 피복비를 지급했고, 신한은행도 200∼250%의 보너스를 지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 최대의 당기순이익을 냈다는 게 은행권 보너스잔치의 배경이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 은행 순익의 중심은 예대마진(대출이자-예금이자)인데 지난해 예대마진율은 2.96%로 3%에 육박했다. 2009년 2.68%보다 2년 새 0.28% 포인트나 높아졌다.

◇대출금리는 오름세=예대마진율이 오름세를 보이는 것은 예금금리 하락과 대출금리 상승의 결과인데 주로 대출금리 오름세가 한몫 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9개월 연속 동결상태가 이어지고 있으나 지난해 말 신용대출금리는 평균 6.07%에서 올 1월 7.23%로 상승했다. 가계대출금리 역시 총 잔액기준 평균금리로 보면 같은 기간 5.37%에서 5.82%로 뛰어올랐다.

금융소비자연맹의 조남희 사무총장은 “물가고와 소득감소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이자를 더 받아 은행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데 시선이 고울 수 없다”고 말했다.

조용래 기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