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보다 당이, 당보다 나라가 우선이다”
입력 2012-03-12 18:39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4선의 김무성(부산 남구을) 의원이 어제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4·11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김 의원은 이를 일축해버렸다. 그는 “지난 며칠간 인생 최대의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친박계 좌장이었다가 지금은 친박에서 이탈한 소위 ‘탈박(脫朴) 인사’인 그의 배신감은 이루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무소속 출마와 신당 창당 유혹을 받았으나 그가 내린 결론은 “나보다 당이 우선이고, 당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다. 사분오열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보수·우파 진영에 속해 있는 정치인들은 김 의원 얘기를 곱씹어봐야 한다.
김 의원처럼 낙천된 3선의 친이계 최병국(울산 남구갑) 의원은 공교롭게 이날 탈당을 선언한 뒤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공천 결과에 불복해 4명의 의원들이 새누리당을 떠났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한나라당 대표였던 17대 국회 때 한나라당 대변인을 지낸 전여옥 의원은 공천에서 떨어지자 박 위원장에게 독설을 퍼붓고 국민생각으로 당적을 옮겼다. 새누리당 출신 ‘철새 정치인’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중도 보수를 표방하는 국민생각은 새누리당은 물론 민주통합당 공천 탈락자들까지 영입해 몸집을 키우느라 여념이 없다. 여기에다 친이계 외곽단체인 ‘더좋은나라 포럼’은 새누리당에서 낙천한 친이계 인사들과 정치 세력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진보·좌파인 야권이 선거연대로 대오를 정비한 것과 대조적이다.
보수·우파인 여권의 분열은 야권 승리를 담보할 뿐이다. 그럼에도 보수·우파 정치인들은 국가의 미래보다는 금배지를 달아야겠다는 욕심 때문인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김 의원의 결단이 더욱 돋보인다. 그는 “당을 등지고 적으로 돌아서 동지들과 싸우는 것은 정도(正道)가 아니다. 자랑스러운 해군을 해적이라고 칭하는 세력에 국가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 나라의 명운이 걸린 우파 재집권을 위해 저부터 몸을 던지겠다”고 강조했다. 제2, 제3의 김무성 의원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