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손의료보험 악용하는 진료 삼가야

입력 2012-03-12 18:38

보험 가입자가 낸 의료비를 보전해주는 실손의료보험을 둘러싸고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2009년 9월까지는 의료비를 전액 보장하는 상품이 많았지만 금융감독원이 그해 10월부터 모럴 해저드를 줄이기 위해 가입자가 전체 의료비의 10%를 내는 자기부담금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 제도는 결과적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일부 의료기관이나 가입자가 실손의료보험을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악덕 의료기관은 진료 횟수를 늘리거나 진료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보험사에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 자기부담금만 내면 보험사에서 진료비의 90%를 내주는 점을 이용해 턱없이 비싼 물리치료 등을 받는 가수요도 적지 않다. 실손의료보험 상품 가입을 무분별하게 권유한 보험설계사들도 한둘이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험사들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보험료는 1조2300억원을 받은 반면 가입자에게 준 보험금은 1조3700억원에 달했다. 보험료보다 보험금이 1400억원 많았던 것이다. 이 때문에 실손의료보험 손해율(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중)이 110%를 넘어섰다. 금감원이 4월부터 보험사의 자산운용 예상 수익률을 의미하는 표준이율을 0.25% 포인트 낮추도록 한 것도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표준이율이 0.25% 포인트 하락하면 통상 보험료가 5%가량 오른다.

수익을 많이 내려고 하는 보험사가 손해를 감수하면서 영업을 계속할 리는 만무하다. 업계에서는 실손의료보험료가 40%까지 급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장 내역에 따라 개인별로 100% 이상 보험료가 폭등하는 가입자도 나올 수 있다. 의료기관과 가입자의 모럴 해저드는 고스란히 선량한 가입자들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부도덕한 의료진이 고액 진료를 강권하더라도 가입자가 필요한 진료만 받겠다는 식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보험사도 상품 보장 내역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