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전 시위전력 이유로 사법고시 탈락 박연재씨 60세에 사법연수원 수료하고 변호사 됐다

입력 2012-03-12 19:30

“대통령이 다섯 번 바뀌어서야 법복을 입게 됐네요.”

사법고시 합격한 지 31년 만에 법조인이 된 박연재(60) 변호사의 이색 경력이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사법연수원 41기를 수료, 광주 지산동에 사무실을 연 박 변호사는 1981년 제23회 사법시험 1, 2차를 모두 통과했다. 하지만 10년 전 전남대 법대 재학시절 반정부 시위로 무기정학 처분을 받은 전력 때문에 3차 면접에서 탈락하는 불운을 겪었다.

대통령선거 부정과 중앙정보부 폐지 등 반독재 투쟁을 벌이던 그는 대학 2년 때인 당시 거역할 수 없는 역사적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그러나 그는 2007년 9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로부터 연수원 입소 권고 대상자로 우여곡절 끝에 포함됐다.

2008년 1월 이 권고를 받아들인 법무부에서 꿈에 그리던 합격 통지를 받아 같은 해 3월 연수원에 입소했다. 전남도지사와 체신부 장관을 지내고 58세에 연수원을 마친 종전 송언종 변호사의 최고령 기록을 갈아 치웠다.

KBS 기자로 활동하다가 2010년 광주방송총국 심의위원으로 정년퇴임한 그는 연수원 38기 출신으로 검사의 길을 걷고 있는 딸보다 후배 법조인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자식뻘인 연수원 동기들과 공부하면서 많은 추억을 쌓았습니다. 실제 동기 중에는 친구의 아들도 있습니다. 딸과 법정에서 서로 법리논쟁을 벌이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환갑의 나이에 변호사가 된 만큼 여생을 법의 보호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살겠습니다.”

딸인 부산지검 박상희 검사뿐 아니라 사위 김준형씨가 변호사로 활동 중이고, 며느리 나황영씨도 최근 연수원에 입소한 법조인 가족이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