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공천 탈락에 불복해 탈당할 것으로 관측됐던 김무성 의원이 12일 백의종군을 전격 선언한 것은 말 그대로 ‘반전’(反轉)이다. 범여권이 탈당도미노와 보수분열의 급물살에 빠져들고 있는 시점에서 그는 ‘우파 분열의 핵’을 터트리지 않은 것이다. 김 의원이 끼얹은 찬물은 갈라서는 보수진영을 당장 위축시키는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김무성, 왜 탈당 접었나=김 의원 거취는 그가 비유한 것처럼 4·11 총선의 ‘핵’이 될 만한 소지가 다분했다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이는 김영삼 전 대통령(YS) 시절 상도동계 가신 그룹, 박근혜 캠프 좌장과 그 이후 결별, 이명박 대통령(MB) 정부의 집권당 원내대표 등 그의 화려한 정치적 경력 및 배경과 무관치 않다.
김 의원은 YS의 차남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장, MB정부 탄생 주역 ‘6인방’의 일원인 김덕룡 전 의원 등 상도동계와 정치적 동지적 유대가 강하다. 특히 전통 야도(野都)였던 부산이 1990년 3당 합당 이후 보수진영 텃밭으로 굳어졌다가 이번 총선에서 야성(野性)이 되살아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김 의원 탈당설은 여야의 촉각을 곤두세우기에 충분했다. 친박근혜계의 보복 공천을 주장하는 친이명박계의 공천 탈락 의원들로서는 김 의원과의 연대가 매력적인 카드였을 법하다.
하지만 확 뒤집어보자는 유혹을 받은 김 의원은 “나라의 명운이 걸린 우파 재집권”을 선택했다. 무엇보다 야권연대 합의가 그의 발목을 잡았던 것으로 보인다.
탈당할 경우 노풍(盧風·노무현 바람)이 불고 있는 부산에서 민주당 문재인 상임고문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는 정치적 비난과 부담을 의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친박계 관계자는 “김 의원은 ‘우파인 내가 좌파를 도와주는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뜻이 워낙 확고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이 비록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결별을 했지만 차기 대선에서 박 위원장에 버금가는 대권주자와 구심점이 보수진영 내에서 없다는 점도 백의종군을 선택한 주 요인으로 꼽힌다는 시각도 있다. 보수분열로 정권을 야당에 내주는 ‘원흉’이 될 위험보다는 박 위원장과 다시 손잡는 것이 정치적 득실에서 훨씬 낫다는 계산을 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총선에선 공동 선대본부장이나 부산·경남 선대위원장을 맡아 노풍 차단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부산의 한 의원은 “마치 좌장이 돌아온 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스텝 꼬인 친이계… 비박(非朴) 보수신당 동력도 주춤=김 의원이 탈당을 일축함에 따라 친이계 중심의 공천 탈락자들은 ‘지붕만 쳐다본 격’이 됐다. 최병국 의원은 김 의원 회견 직전에 탈당을 선언했지만 진수희 의원이 탈당을 보류하고 조전혁 의원이 낙천을 수용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되고 있다. ‘하위 25% 컷오프’ 룰의 불공정 적용 논란을 제기하고 있는 강승규 신지호 진성호 김성회 이화수 유정현 배영식 의원 등의 탈당이 ‘유력’에서 ‘관망’으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낙천 친이계들의 탈당 러시에 이은 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의 ‘결단’으로 그려지던 구도가 더 명분을 잃게 됐다. 수도권의 한 친이계 의원은 “김 의원이 탈당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스텝’이 완전히 꼬였다”며 “전술상 1보 후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제3보수신당’ 결성 움직임을 서두르고 나섰던 국민생각도 밑그림이 불투명해졌다.
박세일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 잇따라 출연해 “자유선진당 심대평 대표와 기득권 양당 구조의 폐해에 대해 공감하고 있고 그런 공감대 위에서 여러 형태의 모색을 하고 있다”며 “몇 분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생각에 입당 가능한 현역의원 규모를 묻는 질문에 “한, 두 자리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박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 가신 그룹의 동교동계, 상도동계, 호남, 영남, 진보, 보수 등이 크게 뭉쳐서 선진화와 통일의 시대를 활짝 열자는 부푼 포부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 구심점에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정 전 총리가 총선 출마와 비박연대 참여를 일축하고 김무성 의원마저 탈당을 접음에 따라 제3보수신당 동력은 일단 주춤하는 모양새가 됐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
탈당 접은 김무성의 대반전 ‘非朴연대’ 스텝 꼬였다… 우파 재집권 선택한 김무성, 당 사분오열 막나
입력 2012-03-12 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