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군기지·한미 FTA 이슈화는 이념투쟁”… 李대통령, 편집·보도국장 토론회
입력 2012-03-12 23:43
이명박 대통령은 12일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우리나라의 아주 유능한 정치인 중 한 사람으로 평가했다. 또 4월 총선을 앞두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해군기지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데 대해서는 ‘이념투쟁’으로 규정하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서울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50여명의 주요 언론사 편집·보도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100분간 모두 16개의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변했다.
이 대통령은 박 위원장의 ‘대세론과 한계론’을 묻자 사견임을 전제로 “대세론은 들어봐도 한계론은 들어본 적 없다”면서 “당인으로서 이야기한다면 당연히 대세론, 긍정적 측면에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아주 유능한 정치인 중 한 사람임을 국민이 다 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안철수라는 신성이 등장해 대선 예측이 어렵다”는 질문에는 “야권통합이다, 반MB 정서다 하는 게 있지만 모두 국민이 판단할 일”이라면서 “국민의 의식은 정치공학을 뛰어넘는 변화를 했다”고 평가를 유보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FTA와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에 대한 물음에는 비교적 긴 시간을 할애해 답했다. 특히 한·미 FTA와 제주해군기지 반대를 사실상 진보좌파 진영의 ‘이념투쟁’으로 규정한 뒤 “북한이 지금 가장 반대하는 것이 제주해군기지와 (한·미) FTA다. 한·미 FTA에 유독 반대가 큰 것은 혹시 이데올로기, 반미(反美)와 관련된 게 아닌가”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이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권과 북한의 입장이 상당히 일치한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이 그동안 민주당 지도부 입장을 ‘말바꾸기’나 ‘정치지향적 태도’라고 비판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북한이나 ‘반미’를 직접 거론한 적이 없어 발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측은 “이데올로기 관련 발언은 정책적 문제를 정치 공학적이고 이념적으로 계산하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소신에 따른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정치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는 분인데 선거를 의식한 발언을 하겠느냐”면서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을 흔들림 없이 지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발언으로 총·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한다는 신념은 굳건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총선을 앞두고 쏟아지고 있는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법안’은 강력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포퓰리즘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거부권 행사를 검토할 수도 있다는 의중도 내비쳤다. 그는 개헌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 정권에서 의회가 외부의 전문가와 함께 검토해서 국민투표에 부친다든가 해서 국민의 생각을 반영하는 게 좋다”면서 “권력구조 문제뿐 아니라 21세기에 맞춘 개헌의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 평가와 관련, “남북관계에서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며 “과거의 복원이 아니라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원칙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그런 점에서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4월 총선을 전후해 도발할 가능성에는 “그렇게 함부로 안 될 것”이라며 “실질적인 도발의 징후는 많이 줄었는데, 말이나 협박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용웅 기자 y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