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닭 폐사속도 느려 저병원성 AI이길 바랄 뿐”… 충남 계룡시 현장르포
입력 2012-03-12 18:47
충남 계룡시가 조류 인플루엔자(AI) 진원지가 되지 않을까 잔뜩 긴장하고 있다.
12일 오후 3시40분 AI 양성반응이 나타난 계룡시 두마면 이모(50)씨의 토종닭 사육농장 인근. 이씨 농장으로 통하는 좁은 길목에는 삼엄한 방역 통제가 이뤄지고 있었다. 일체의 접근이 금지됐다. 방역 관계자들과 취재진 외에 주민들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통행 긴급 차단=길목에는 방재용 차량 2개가 대기하고 있다. 통행로엔 희뿌연 석회가루가 잔뜩 뿌려져 있었다. ‘긴급초동방역’ ‘관계자 외 출입금지’가 적힌 차단막이 설치돼 을씨년스러웠다.
이씨 농장 주변에 사는 4가구 10명의 주민은 지난 10일부터 외부와의 접촉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다. 먹을거리나 생필품은 5∼6명의 방역 관계자를 통해서만 받는 상황이다.
한 방역 관계자는 “어젯밤부터 오늘 사이에 폐사한 닭은 모두 8마리”라며 “2일 전에 20여 마리가 한꺼번에 죽은 것을 고려하면 (폐사 숫자가) 반 이상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민들이 “이씨 농장의 토종닭 450여 마리 중 45마리가 지난 9일부터 죽었다”며 “고병원성 AI일 경우 폐사 속도가 이보다는 빠르다고 하니 13일 오전에 나올 정밀검사 결과가 저병원성이길 기대할 뿐이다”고 조심스레 말했다고 전했다.
이 농장에서 불과 3.8㎞ 떨어진 논산시 연산면 화악리 지산농원은 사육 중인 오골계(천연기념물 제264호) 200마리를 지난 연말에 경북 상주의 안전지대로 옮긴 데 이어 양성반응이 나오기 직전인 11일에 300마리를 추가로 이곳에 대피시켰다. 이 농원은 천연기념물 멸종 위기를 모면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긴장하는 주변 지자체들=각 지방자치단체의 AI 방역도 강화되고 있다. 경기도축산위생연구소는 특별방역대책의 하나로 ‘청정소독지원팀’과 ‘AI조기경보팀’을 운영하기로 했다. 연구소는 두 팀을 운영해 과거 발생지역이나 가금류 가축시장 등 취약지역에 대한 집중소독과 상시예찰로 발생을 원천 차단한다는 입장이다.
전남도도 충남지역의 부화장으로부터 도내에 입식된 닭이나 오리가 없어 큰 걱정은 하지 않지만 시·군에 기본적인 방역조치에 나서줄 것을 긴급 지시했다. 도는 지난해 10월부터 오는 4월 말까지를 AI 특별방역대책기간으로 설정했다. 사전 예찰 차원에서 도내 닭·오리 사육농가별로 828명의 담당공무원을 지정해 축사 소독 여부, 농장 출입통제, 축사 그물망 설치 등 농장 차단방역 추진실태를 점검하도록 했다. 경북도는 이날 ‘조류인플루엔자 방역대책본부’ 운영을 강화했다.
계룡=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