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확 엎어보자 유혹도 있었지만…”-박근혜 “당 잔류… 어려운 결정 하셨다”
입력 2012-03-12 22:02
지난날 주군(主君) 칼에 베인 좌장은 그래도 주군의 큰 뜻을 져버리지 못했다. 사실상 19대 총선 공천이 어려워진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12일 기자회견을 갖고 백의종군하겠다고 선언했다. 그의 표정에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오랜 애증(愛憎)이 묻어났다.
박 위원장은 그간 김 의원의 공천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는 ‘현역의원 하위 25% 컷오프’ 룰에 걸린 김 의원 공천 문제를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박 위원장에게 넘겼다. 그러나 그는 지난 주말 “원칙대로 하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헌법과 같다”고 규정했던 컷오프 룰을 지키는 대신 한때의 충신을 버리기로 한 것이다.
두 사람 인연은 2007년 17대 대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도동계 출신인 김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에 반하며 박 위원장의 경선캠프 좌장을 맡았다. 이로 인해 이듬해 18대 총선에서 친이명박계의 ‘친박근혜계 공천 학살’에 휩쓸리며 낙천했다.
무소속 출마와 당선 이후 어렵사리 당에 복귀했지만 이번엔 박 위원장과 파열음이 생겼다.
2010년 정부가 세종시 건설계획 수정 움직임을 보이자 박 위원장은 강력 반대했고 당 원내대표였던 김 의원은 “정부 생각이 맞다”며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 이후 둘의 관계는 회복되지 않았다. 친박 진영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탈한 그에게 박 위원장은 2년 동안 말 한마디 걸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박 위원장의 19대 공천 칼날은 김 의원에게도 향했다. 친이계 현역 탈락자들과의 형평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김 의원은 회견에서 “확 뒤집어엎어 보자는 유혹도 강했다. 하지만 당과 동지를 떠나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몸을 던져 우파의 재집권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알아주지는 않지만 등 뒤에서 칼을 꽂지 않겠다는 ‘의리의 부산 사나이’ 진면목을 보여준 셈이다.
박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어려운 결정을 하셨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