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력’ 있는 암 환자, 일반인 보다 완치율 높아

입력 2012-03-12 18:04


보통 암에 걸린 가족이 1명이라도 있는 사람은 암에 걸릴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암 가족력’이라고 한다. 암 가족력은 거의 모든 암에 해당된다. 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늘 발암 가능성을 의심, 정기검진을 소홀히 하지 말도록 의사들이 권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암의 치료란 측면에서 보면 암 가족력은 되레 불행 중 다행(?)일 수도 있다는 흥미로운 임상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립암센터 위암센터 최일주(사진) 박사팀은 2001∼2005년 위암 진단 및 수술을 받은 환자 1273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직계 가족 중 1명 이상이 위암에 걸린 적이 있는 환자들의 재발 및 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눈에 띄게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12일 밝혔다.

조사 결과 직계 가족 중 1명 이상이 위암 진단 및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는 환자의 경우 5년 평균 생존율은 60.8%였다. 하지만 가족력이 없는 위암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이보다 23.1% 포인트나 낮은 37.7%에 그쳐 대조를 이뤘다.

이는 같은 위암 환자라도 가족력이 있을 경우 완치율이 더 높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런 현상은 암의 병기를 초기부터 말기까지 4단계로 나눌 때 과거 위암에 걸린 직계 가족의 병기가 말기에 가까웠던 환자들일수록 더욱 뚜렷했다. 말하자면 위암 가족력의 역설인 셈이다.

최 박사는 “보통 위암 환자 직계 가족의 경우 경계심이 생겨 담배를 끊은 사람이 많은데다 같은 위암이 생겨도 비교적 크기가 작은 초기에 발견, 수술 후 재발 및 사망 위험을 줄이는데 좋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 것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암 임상 전문 학술지 ‘저널 오브 클리니컬 온콜로지(JCO)’ 3월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