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문서 중 첫 300만부 돌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명지대 교수
입력 2012-03-12 19:31
“300만부라니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답사기’를 처음 낸 1993년 만해도 3만부만 팔렸으면 좋겠다고 내심 바랬는데. 91년 ‘답사기’를 집필할 당시 제 나이가 마흔두 살이었어요. 300만부 돌파의 의미는 우리 인문학 분야에서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면 이만한 부수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하나의 좌표가 될 수 있다는 데 있을 겁니다.”
12일부로 국내 인문서 가운데 300만부를 처음 돌파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창비)의 저자 유홍준(63)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의 소감이다.
93년 제1권 ‘남도 답사기’를 시작으로 2011년 제6권 ‘인생도처유상수’ 편을 출간한 유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2000년 제1권만으로 100만부를 돌파하고 2009년 9월 제1∼3권 통합 200쇄(230만부)를 간행하는 등 인문서 최초의 밀리언셀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유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통해 나는 우리의 시각과 인식을 우리 자신으로 돌려놓고 싶었다”며 “서양은 알 만큼 알면서 오히려 우리의 가치를 외면했던 것에 대한 반성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내가 ‘답사기’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그것의 주체적 인식이었지요. 그렇다면 이제는 다음 단계로 넘어설 때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음 단계란 그가 ‘답사기’를 쓸 당시의 나이인 40대 젊은 저자들에게 바통을 넘겨줘야 한다는 의미이다. “과거를 읽어내는 힘은 여전히 아날로그적 사고에 있지만 미래를 얘기하는 것은 분명 디지털 세대의 몫입니다. 아마도 40대 디지털 세대에서 말해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합니다. 다만 나 역시 초심을 잃지 않고 ‘답사기’를 계속 집필해 이 시리즈를 완결시키는 것이 내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세상이 나에게 부여한 과제라는 의무감 같은 것이죠.”
그는 현재 제7권 ‘제주도’ 편을 쓰고 있는 한편 제8권인 ‘충청북도·경기도’ 편에 대한 자료 수집과 탐사를 병행하고 있다. 경북 경주 남산에 대한 답사기도 따로 준비 중이다.
그는 “지난해 출연한 MBC ‘무릎팍도사’와 KBS ‘해피선데이 1박2일’을 통해 나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게 사실”이라면서 “이를 통해 내 책이 늙은 책이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한 젊은 세대들이 ‘답사기’에 대한 관심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오는 27일 ‘답사기’ 통권 300만부 판매 돌파 토크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