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분리불안장애
입력 2012-03-12 18:05
아이들에게 초등학교 입학은 많은 스트레스가 될 수 있고, 일부 어린이들은 그 스트레스를 이겨내는데 꽤 어려움을 겪는다. 심한 스트레스를 느낄 때 아이는 위축되고, 짜증내고, 배가 아프고, 손톱을 물어뜯거나, 눈을 깜박거리는 증상을 보인다. 무서운 꿈을 꾸고 밤에 오줌을 싸기도 한다. 주의력이 떨어져 산만하고 부모에게 짜증과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학교 가기를 지속적으로 거부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아이가 학교에 가길 싫어한다면 학교생활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대화를 나눠야 한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될 경우엔 그 어려움을 해결해줘야 한다. 이와 동시에 아이가 결석이나 지각을 하지 않도록 부모는 온갖 노력을 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등교 시 같이 학교까지 배웅을 해주어 아이가 차츰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 필요하다.
규칙적인 습관을 길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만약 늦잠을 자게 돼 등교를 서두를 경우 아이는 이로 인해 화가 나고 귀찮아지면서 등교를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리 학교 수업 준비가 제대로 돼 있는지 점검해 주는 등의 방법으로 교과과정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시간관념이 없어 많이 느리거나 단체 활동에 뒤처지는 경우에도 친구들 사이에서 답답한 아이로 낙인찍힐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다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이가 계속 학교 가기를 싫어할 때는 ‘분리불안장애’ 가능성을 생각하고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와의 상담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취학기 아이의 약 5%가 분리불안장애를 겪고 있다. 초등학교 입학 시기 5∼7세의 아이들, 특히 여자 아이들에게 조금 더 많이 나타난다. 때로는 이런 증상이 중학교 입학을 앞둔 11∼14세 때 재발되는 아이도 있다.
만약 아이가 분리불안장애에 해당된다면 무엇보다 부모가 마음의 여유를 갖고 아이가 원할 때는 무조건 곁에 있어줘야 한다. 방과 후 아이와 함께 교실이나 학교에 좀 더 머물면서 학교 환경에 익숙해지게 할 필요도 있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한두 차례 엄마에게 전화를 걸도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단계적인 목표를 정해 아이가 차츰 적응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증상이 심할 때는 불안감을 줄여주는 치료가 필요하다. “다른 친구들은 다 하는 데 너는 왜 못 해?” 또는 “나이가 그만한 데 혼자서 알아서 해야지” 하고 강제로 학교에 보내는 것은 아이들을 더 불안하게 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우영섭(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