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성장엔진 꺼졌나… 신흥 5개국, 2012년 경제지표·통화정책 모두 비관적

입력 2012-03-11 19:50

“신흥국들이 여전히 맨앞(조종석)에 앉아 있지만 열차 속도가 느리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핌코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최고경영자(CEO)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환점으로 전개되는 세계경제 상황을 빗대 ‘뉴 노멀(New Normal)’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앞으로 선진국들의 고성장·고수익 시대는 가고, 신흥국들이 선진국의 성장속도를 계속 앞서갈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었다. 그러던 그가 브릭스(BRICS) 국가들의 실물경제가 꺼질 조짐이 확연히 나타나자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이처럼 비관적인 평가를 했다.

◇비관적인 기록 속출=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 브릭스 국가들이 최근 꺼내든 경제지표와 통화정책들은 온통 비관적인 것들뿐이다.

중국의 경우 지난 6일 올 성장 목표치를 예년의 9∼10%에서 한참 후퇴한 7%로 제시한 데 이어 10일에는 2월 무역적자폭이 314억 달러로 1990년 이후 최대치라고 발표했다. 이는 당초 예상치 53억5000만 달러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인도도 충격의 강도가 중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4분기 6.1%의 성장률로 2009년 4월 이후 최저치를 보인 인도는 올 회계연도 성장률이 역시 예년의 9∼10% 실적보다 낮은 7%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세계은행이 전망했다.

더욱이 중앙은행인 인도준비은행(RBI)은 지난 9일 예고에 없던 이메일 성명에서 은행 지급준비율을 5.5%에서 4.75%로 낮췄다. RBI 정례회의는 오는 15일이지만 통화정책회의가 아닌 시점에 지준율을 낮춘 것은 2010년 7월 이후 처음으로 정책당국의 초조감을 반영하고 있다.

브라질은 더 다급해 보인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7일 기준금리를 10.5%에서 9.75%로 무려 0.75% 포인트나 인하했다. 브라질 기준금리가 한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2010년 4월의 9.5% 이후 거의 2년 만에 처음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해 성장률이 기대치보다 절반 이상 깎인 2.7%에 그친 데 따른 것이다. 더욱이 올 들어 실물경제는 더욱 추락하고 있다. 산업생산의 경우 1월 2.1%나 감소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기록됐다.

남아공의 올 성장률도 1년 전 기대했던 7%보다 훨씬 낮은 2.5%에 그칠 전망이다.

◇브릭스끼리 주고받는 타격이 더 문제=브릭스의 성장엔진이 꺼져가는 것은 유로존 재정위기 여파로 수출시장이 침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의 경기 회복세도 기대보다는 더딘 것도 작용한다.

문제는 브릭스 경제가 한꺼번에 꺼지면서 나타날 부작용이다. 그 중심에 중국이 있다. 유럽과 미국에 내다팔 수출이 감소함에 따라 자연스레 중국이 다른 브릭스국가들로부터 크게 의존해온 자원수입이 줄면서 이들 나라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중국은 브라질과 남아공으로부터 철광석과 콩, 마그네슘 구리 등을 가장 많이 수입한다. 남아공의 경우 중국의 수입감소 영향으로 광물 생산이 지난해 13%나 감소했다. 이 바람에 지난해 성장률이 당초 4% 전망치에서 1% 포인트나 감소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