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정원교] 왜 양회 때 말고는 안되나

입력 2012-03-11 19:50

올 양회는 ‘스바다(18대, 제18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있는 만큼 더욱 주목받고 있다.

중국 내 신문과 방송들은 ‘2012 전국양회’ ‘양회초점’ ‘양회일기’ 등 각종 특집을 쏟아낸다. 내외신 기자들은 ‘뉴스의 인물’을 쫓아다니느라 분주하다.

중국의 취재 환경은 참 열악한 편이다. 민감한 현안에 대한 확인은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 당국자를 만나는 것도 그렇다. 혹시 실무자와 약속이 돼도 절대 혼자 나오지 않는다. 언론 접촉을 잘못해 화를 당하는 모습을 많이 본 그들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이 다소 호전되는 때가 바로 양회 기간이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주요 현안에 대한 기자회견이 열리는가 하면 양회에 참가한 각 성(省)·시 대표단은 별도로 ‘미디어 데이’ 행사를 갖는다.

베이징에 온 지 일년이 채 안 된 기자의 눈에는 어느날 갑자기 ‘백화제방(百花齊放)’의 시대가 도래한 듯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왕리쥔 사건’ 등 주요 이슈들의 윤곽이 좀 더 뚜렷해진다.

후난성 당서기 저우창(周强)이 10일 후난성 대표단 기자회견에서 보시라이(薄熙來) 충칭시 당서기 후임자가 될 것이란 소문에 대한 확인을 요청받은 것도 그 예다. 저우창은 이에 대한 직답을 피했지만 부인을 하지 않아 여운을 남겼다.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9명) 유력 후보와 관련된 뉴스도 이런 기회 아니면 접하기 힘들다.

장가오리(張高麗) 톈진시 당서기는 ‘창주(常九, 상무위원 9명)’ 진입 가능성을 묻자 몸을 낮추는 자세를 보였고 리위안차오(李源潮, 공청단) 당 중앙 조직부장 측은 베이징의 한 독립영화제작자가 친척 동생이라는 소문을 부인하기도 했다.

대만에서 중국으로 귀순한 린이푸(林毅夫) 세계은행 부총재가 대만을 방문하고 싶어한다는 것도 양회기간이니까 공론화된다.

이뿐인가. 상방(上訪,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상급 정부기관을 찾는 것)을 위해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도 인민대회당 건너편 천안문광장을 찾는다. 하지만 양회는 일년에 딱 열흘뿐이다. 한 달 정도만 계속돼도 중국 사회가 지금보다 훨씬 투명해질 것 같다.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