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중고車시장… ‘신차’ 2배 넘어
입력 2012-03-11 19:34
지난해 국내 중고차 시장이 처음으로 신차 시장의 두 배를 넘어서면서 ‘선진국형 자동차 시장구조’로 바뀌는 것으로 분석됐다.
11일 중고차업체 SK엔카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중고차와 신차 시장 비율을 조사한 결과 2대 1을 넘었다. 작년 국내에서 이전 등록된 자동차는 332만3000대, 신규 등록된 차는 159만9000대로 비율이 2.1대 1이었다. 이는 독일 2.1대 1, 프랑스 2대 1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2009년 신차 시장의 1.4배 수준이었으나 2010년 1.8배에 이어 지난해 배로 늘어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고차 시장은 선진국에서 더욱 활성화돼 영국, 미국, 스위스 등은 신차 시장과 비교해 각각 3.2배, 3배, 2.6배에 달한다. 이에 비해 인도는 중고차와 신차 거래가 1.1대 1로 거의 비슷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0.3대 1, 중국은 0.2대 1로 오히려 신차 시장이 중고차 시장의 3∼5배나 됐다. 선진국일수록 중고차 거래가 많고 신흥국은 적은 셈이다.
SK엔카는 “신흥국에서는 소형차보다 대형차를, 중고차보다 신차를 선호하지만 선진국에서는 경제적 요소를 먼저 고려하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서민경제가 어려워진 것도 중고차 시장 비중이 확대되는 이유로 꼽힌다. 고유가까지 겹치면서 중고차 시장에서도 대형차 인기는 시들해진 반면, 기름이 적게 드는 소형차와 디젤·LPG 차량이 인기를 끌고 있다.
중고차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그랜저XG, 그랜저TG, 오피러스, 에쿠스, 체어맨, K7 등 대형 차종의 판매 처분 문의가 지난해 말 대비 20∼25%이상 증가했다. 현재 가장 많이 거래되는 2008∼2010년식 그랜저TG는 중고차 잔존가치가 1년 전보다 10∼15% 이상 낮게 평가돼 신차의 55∼60% 수준인 1400만∼190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오피러스, 에쿠스 등도 출고 후 2년가량 된 중고차가 신차 가격의 절반 가까이로 떨어지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반면 배기량이 적은 소형차와 디젤 SUV, LPG 중고차, 하이브리드 등은 큰 인기다. 휘발유보다 싼 경유를 쓰는 투싼ix, 스포티지R, 쏘렌토R 등 디젤 SUV 중고차는 2년이 지나도 신차 가격의 80∼90% 정도로 높은 편이다. BMW 520과 320d, 폭스바겐 골프, 파사트 등 수입 디젤차도 연비가 좋아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일반인도 구입가능해진 LPG 중고차나 K5·쏘나타 하이브리드 중고차도 물량이 없어 못 팔 정도라는 게 중고차 업계의 설명이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