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1주년… “이재민들에 깊은 애도” 李대통령, 日언론에 기고문
입력 2012-03-11 19:13
11일 오후 2시46분.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에는 쓰나미 경고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2차대전 이후 최대 재앙에서 살아남은 주민들은 1년 만에 다시 한번 울려 퍼진 사이렌을 들으며 희생된 이웃과 친척들을 위해 묵념했다. 인근 와타노하 지역 주민 80여명도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떨궜다.
오이카와 히노미(37·여)씨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고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기도할 것”이라며 눈물을 삼켰다. 후쿠시마 원전이 있는 오쿠마 마을에는 다른 곳으로 격리됐던 주민들이 버스를 타고 도착했다. 방사능 보호복과 장갑 차림의 한 노파는 실종된 손주를 위해 설치된 임시 빈소에 꽃을 바쳤다. 니시자와 도시오(西澤俊夫) 도쿄전력 사장은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해 “(원전) 사고로 여러분께 폐를 끼쳤다”며 다시 한번 사죄했지만 이재민들과는 마주치지 않았다. 앞서 오전 시즈오카현에서는 진도 7의 도카이(東海)지진에 대비하는 피난 훈련이 벌어졌다.
이날 일본 전역에서는 사망·실종자 1만9000여명을 추모하는 묵념이 이어졌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등과 함께 도쿄 국립극장 추모식에 참석한 아키히토(明仁) 일왕은 “일본은 이 비극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극장에서 수백m 떨어진 도쿄전력 본사 앞에서는 이날 오후 50명 규모의 원전 반대 시위가 이어졌다. ‘탈원전 세계회의’라는 단체는 오후 4시35분쯤 도쿄 히비야공원에서 “원전을 없애고 자연에너지 사용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중·일 지식인 311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고은 시인과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염태영 수원시장, 조국 교수, 최열 환경재단 대표, 소설가 황석영씨 등이 동참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1일자 일본 아사히신문 11면(오피니언면)에 ‘3·11과 한·일관계: 깊은 우정과 유대의 재확인’이라는 제목의 재난위로 기고문을 실었다. 이 대통령은 “사랑하는 가족과 생활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에게 다시 한번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고 위로를 드린다”고 밝혔다.
노다 총리와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는 이날 각각 워싱턴포스트와 포린어페어스 등 미국 매체에 ‘동일본대지진 후 지원에 감사한다’는 내용의 글을 기고했다. 노다 총리는 11일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글에서 대지진 이후 국제사회가 보내준 지원과 연대 의사 표시에 “깊은 온정을 느끼며 늘 감사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