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교장관 회담… “남북 관계 개선 없이는 북미 관계 개선도 없다”
입력 2012-03-11 19:13
한국과 미국이 베이징 3차 북·미 고위급 회담 합의 이후 불거져 나오는 이른바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남북관계 개선 없이는 북·미관계의 근본적 개선이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 북·미 합의에 대한 북한의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양국은 북·미 합의가 “북핵 해결을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김 장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작은 단계”(클린턴 장관)라고 일단 긍정적 평가를 했다. 그렇지만 양국은 “영변 핵활동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 복귀 등 합의사항을 충실히 이행해가는 게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클린턴 장관은 회담에서 “남북관계 개선 없이는 미·북관계의 근본적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김 장관이 전했다. 클린턴 장관은 또 “한·미 사이를 벌어지게 하려는 그 누군가의 어떤 시도도 실패할 것”이라며 “이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최근 북한의 대남비방이 국내 선거와 정치에 영향을 주려는 시도이자 북한 내부정세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클린턴 장관도 공감하며 북한 정세에 대해서도 긴밀히 협의해 가기로 했다.
김 장관은 이어 워싱턴 주재 한국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6자회담 재개 시기와 관련, “북한이 미국과의 합의사항을 얼마나 이행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우리는 북·미 간 합의 내용을 6자회담으로 가기 위한 사전 조치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6자 회담 프로세스와 남북 대화는 별개의 트랙”이라며 “북한이 천안함, 연평도 문제에 대해 우리가 납득할 만한 언급이 없다고 해서 비핵화 논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지난주 뉴욕에서 열린 시라큐스대 맥스웰스쿨 한반도 관련 세미나에서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이 이뤄지지 않은 것과 관련 “언론이 통미봉남이라는 과거에 쓰던 용어를 사용하는데 그 용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북한도 나름대로 전략적 관점에서 행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7∼9일 임성남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이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은 세미나에 함께 참석했지만, 북한 측의 의도적인 회피로 회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부상은 세미나를 통해 ‘선(先) 북·미관계 개선 후(後) 핵 해결’을 주장했다. 이 부상은 일부 참석자들에게 북한이 북·미 합의사항을 이행할 의지가 확실히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안명훈 북한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은 북·미 식량지원 회담이 끝난 뒤 10일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측이 즉시 식량지원을 재개키로 했다고 말했다. 안 부국장은 “모든 실무적 문제들에 합의했다”며 “(회담 결과에) 만족했다”고 말했다. 미국 측 대표인 로버트 킹 국무부 대북인권특사도 “우려했던 관리상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해 분배 모니터링 방식에 양측이 합의했음을 시사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