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교과부 평가 잘 받으려 졸업생 본교 취업 ‘꼼수’

입력 2012-03-11 19:09

대학들이 교육과학기술부 대학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졸업생을 모교에 취업시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11일 교과부와 각 대학에 따르면 서울여대에서는 지난해 졸업과 함께 취업한 762명 중 10%가 넘는 77명이 ‘교내 취업자’로 파악됐다. 취업한 졸업생 10명 중 1명 이상이 학교를 떠나지 않게 된 것이다. 취업률을 대폭 반영한 대학평가가 실시되기 이전의 이 대학 교내 취업자는 10∼20명이었다.

성신여대 역시 취업에 성공한 906명 중 9%가 넘는 83명을 모교에서 채용했다. 이들은 월 평균 100만원 안팎을 받으며 후배의 대학생활을 돕거나 사무를 거들고 있다. 여대는 남녀공학 대학보다 상대적으로 졸업생이 많지 않아 적은 인원만 채용해도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쉬운 것으로 분석된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교수들이 창업한 벤처기업에 건강보험료 등 최소의 인건비만 지급하는 조건으로 ‘위장취업’을 시키는 곳도 있다. 이 과정에서 취업브로커까지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공시정보 인터넷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1년 취업률 순위 49위인 경남 진주 경상대와 39위인 부산 부경대는 각각 졸업생 279명, 123명을 학사조교 등으로 뽑았다. 대학평가에서 우수한 점수를 따고, 더 많은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한 해 수억원의 인건비 부담을 떠안은 것이다. 2010년에도 전체 4년제 일반대학 162곳 중 5곳은 졸업생의 5%, 24곳은 3% 이상의 ‘반짝 채용’을 통해 취업률을 높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모교에 취업한 졸업생의 지위는 불안하다. 부산 동주대 조교 35명은 지난달 21일 “대학 측이 조교 52명 중 67%인 32명에게 재임용 거부를 통보했다”며 삭발식을 갖고 단체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관례상 3년인 임용기간을 일방적으로 깬 것은 졸업생을 채용해 취업률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려는 편법”이라고 주장했다.

교과부는 경쟁이 과열되자 취업률 인정 근무기간을 최소 3개월에서 올해부터 1년 이상으로 높이고 고용계약서도 의무적으로 작성토록 했다고 밝혔다. 교과부 취업지원과 김대기 과장은 “대학평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대학들이 취업률에 사활을 걸다보니 부작용이 적지 않다”며 “취업률 인정 기준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