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으로서 탈북자 북송 반대”… 조선족들 눈물의 기도
입력 2012-03-11 18:24
“저는 조선족이지만 중국 사람입니다. 중국인의 한사람으로서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을 반대합니다.”
서울조선족교회(서경석 목사) 교인 100여명이 11일 오후 서울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에 모였다. 중국 내 탈북자 북송 중지 기도회를 연 것이다.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조선족교회 교인들은 곳곳에서 울먹이며 박수를 쳤다. 18일째 금식기도를 하고 있는 ‘탈북여성 박사 1호’ 이애란 박사와 9일째 단식 중인 서경석 목사, 1인 릴레이 단식에 나선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과 국민생각 전여옥 의원, 탈북자 등 50여명이 함께했다.
이날 기도회에서 조선족 양○○씨는 호소문을 통해 “오늘 우리는 두건을 쓰고 나왔다.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중국 내 소수민족이기 때문에 혹시 신분이 드러나면 박해를 받을지 모른다”며 말문을 꺼냈다. 그러면서 “하지만 지난 한달 가까이 이곳 중국 대사관 앞에서 이루어진 집회의 소식들은 결국 우리를 이곳에 오게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양씨는 “탈북자와 좋지 않은 인연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같은 동족이라는 끈끈한 유대”라며 “우리 조선족이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우리는 불법체류자로 너무도 많은 고통을 겪었다. 그때 많은 한국인들이 우리를 위해 목숨 바쳐 싸웠다. 이제는 우리가 한국인(탈북자)을 도울 차례”라고 외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선족은 “우리 중국은 5000년의 역사를 가진 문명국이다. 그런데 왜 이런 비문명적이고 비인간적인 결정을 한단 말인가”라고 반문하며 “중국 옛말에 ‘자기가 싫은 것은 남에게도 주지 말라’고 했는데 어찌하여 참혹한 고통을 북한 주민에게 주는 것인가. 내 나라 중국이 탈북자에게 저지른 죄악에 대해 사죄한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조선족들은 이날 기도회를 시작으로 탈북자 북송저지 집회에 계속 참석할 계획이다. 기도와 후원금 등으로 측면 지원에 나선다.
서경석 목사는 “오늘 조선족들은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 중국인으로서 중국 정부를 비판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같은 민족끼리 도와야 한다는 신앙적인 양심이 이 자리에 나오게 했다”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