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라야 어찌되든 선거에서 이기면 다인가

입력 2012-03-11 17:54

민주통합당이 4·11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 협상을 타결지음으로써 일단 새누리당보다 총선구도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른 것으로 평가된다. 새누리당의 경우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들이 국민생각에 입당하거나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등 분열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선거연대를 끌어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일부 후보의 반발 등 부작용이 없지 않지만,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수도권 경합지역에서 야권 단일후보를 내면 야권표 분산을 막을 수 있어 승리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럼에도 뒷맛이 영 씁쓸하다. 연대에 급급한 민주당을 압박해 가급적 많은 후보들을 국회에 진출시키려는 진보당의 과욕도 볼썽사납지만, 민주당이 줏대 없이 진보당 눈치만 살피는 듯한 행태를 다시 보여준 탓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두 당은 ‘이명박 정부가 체결·비준한 한·미 FTA의 시행을 전면 반대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재협상’ 주장과 진보당의 ‘폐기’ 주장을 얼버무려 놓은 것이나, ‘전면 반대’란 표현에 ‘폐기’ 의미도 들어가 있다는 게 진보당 해석이라고 한다. 지난달 8일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의 반(反)FTA 시위 이후 중도층 여론이 나쁘게 돌아가자 재협상이 당론이라고 밝힌 민주당이 결국 진보당에 끌려간 셈이다. ‘전면 반대’는 유권자들을 현혹시키려는 민주당의 꼼수다.

이뿐 아니다. 민주당은 제주 해군기지 공사 중단 및 재검토를 결정했다.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라고 비난한 ‘철없는 고대녀’를 비례대표 후보로 검토 중인 진보당과의 연대를 의식해 안보와 직결된 사안에 대해 훼방꾼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한명숙 대표 스스로 노무현 정부 시절 총리로 재직하면서 한·미 FTA와 해군기지에 대해 극찬했던 말들을 기억하고 있을 텐데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의아스러울 따름이다. 국가 또는 국익이야 어찌되든 야권연대를 통해 총선과 대선에서 이겨 집권만 하면 된다는 잘못된 확신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