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반도 관련 세미나 이틀째… 남북 입장차 뚜렷 ‘6자 대표 회동 불발’
입력 2012-03-09 19:33
미국 시러큐스대 행정대학원인 맥스웰스쿨과 독일의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이 공동주최한 세미나에서 결국 남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의 회동이 성사되지 않았다.
세미나 이틀째인 8일(현지시간)까지 우리 측 수석대표인 임성남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한의 이용호 외무성 부상은 행사장에서 세 차례 만났으나, 분위기가 매우 냉랭했다는 후문이다. 세미나 관계자에 따르면 마지막 날인 9일에도 두 사람이 만나 의견을 나눌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남북한 6자회담 대표의 회동이 성사되지 않음에 따라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북·미회담과 병행해 사실상 남북의 핵심 당국자 간 회동을 추진하려 했던 한국 정부의 판단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회동이 불발된 배경은 최근 조성된 남북 사이의 경색된 국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베이징 3차 북·미 고위급 회담에서 진전이 있었고,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이용호 외무성 부상에 대한 미국 방문 비자 발급을 허용하자, 뒤늦게 주최 측에 세미나 참석을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나름대로 경로를 통해 북한 측이 한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의 옵서버 참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악화되고 있는 남북 관계가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인천의 한 부대에 걸린 김정일·김정은 부자를 비난한 구호를 문제 삼아 한국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핵심 관계자는 “임 본부장이 이번 주초 서울을 떠날 때만 해도 남북 접촉 가능성을 높게 보았으나 실제 행사장에서 보니 완전히 다른 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 부상의 경우 군축평화연구소 자문역이라는 민간직책 자격으로 참가했고, 임 본부장은 초청대상이 아니었지만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했다. 이에 따라 민간 차원의 세미나에서 무리하게 남북 당국 간 회동을 추진한 것이 잘못된 판단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미나에서 이 부상은 북한이 핵개발을 한 것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한 소식통이 전했다. 이는 ‘선(先) 북·미관계 해결, 후(後) 북핵 해결’이라는 새로운 북한의 협상방식을 공개적으로 재천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토론에 참석한 임 본부장은 “3차 북·미 고위급회담에서의 합의사항을 북한이 제대로 이행하는 것이 6자회담 재개의 첩경”이라고 강조했다. 임 본부장은 이어 북한은 남한의 대화제의에 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