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벤치에 머무는 태풍… 속타는 KCC

입력 2012-03-09 19:16

프로농구 전주 KCC 주전 가드이자 혼혈 스타 전태풍(32)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작 한 시즌 농사를 가늠하는 플레이오프에서 부상으로 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태풍은 7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 울산 모비스 경기에 햄스트링(허벅지 뒤쪽 근육) 부상으로 출장하지 못했다. 당초 모비스와의 6강 플레이오프는 막상막하의 접전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여기에 국내 최고의 가드인 전태풍과 양동근(31)의 자존심 대결도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전태풍이 부상으로 결장하며 승부의 추는 모비스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KCC는 전태풍의 빈자리를 신명호와 임재현에게 맡겼지만 신명호는 단 한 점도 넣지 못하고 어시스트 두 개만 기록했다. 그나마 임재현이 12득점을 뽑았지만 어시스트는 단 한 개에 불과했다. 여기에 KCC는 가드가 제대로 중앙에 볼을 공급하지 못해 외국인 선수 자밀 왓킨스(8점)도 동반 부진에 빠졌다. 그러는 사이 양동근은 3점슛 6개를 포함해 26점을 폭발시키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결국 KCC는 홈에서 65대 91로 대패하는 수모를 맛봤다. 전태풍도 경기 내내 벤치에서 라이벌인 양동근의 활약을 지켜보며 고개를 숙였다.

KCC 허재 감독도 “전태풍만 있으면 괜찮을 텐데, 무리해서 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전태풍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고 아쉬워했다. 적장인 모비스 유재학 감독도 “전태풍이 우리와 할 때 워낙 슛이 잘 들어갔다. 전태풍이 없어서 수월했다”고 말했다.

전태풍이 속상해 하는 이유는 또 하나 있다. 전태풍은 ‘혼혈 선수는 한 팀에서 3년 이상 뛸 수 없다’는 KBL의 혼혈선수 규정 때문에 올 시즌을 끝으로 무조건 팀을 떠나야 한다.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할 순간에 부상에 발목을 잡혀 있는 셈이다.

전태풍은 “아직 햄스트링 부상이 완쾌되지 않았다. 지금 속 터지고, 너무 답답해 죽겠다”고 토로했다. 허 감독은 전태풍의 상황을 살펴본 후 이르면 3차전에 투입할 계획이다. 과연 전태풍이 코트에 나서 라이벌 대결에서 웃고, KCC에서도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지 관심이다.

김준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