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고배당’ 눈 흘기는 금감원
입력 2012-03-09 21:47
‘금융사 고배당’이 거듭 도마에 올랐다. 특히 보험사가 주요 타깃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9일 연례 업무설명회에서 “금융회사의 과도한 배당을 자제하도록 유도하고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권의 배당 결정이 끝난 마당에 다시 고배당 자제를 주문한 것이다. 고배당이 금융회사의 자산건전성을 훼손시킨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는 한편 3월 결산법인인 증권사와 보험사를 향한 주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22개 증권사의 지난해 4~12월 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악화되고 있어 증권사의 고배당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남은 것은 보험사다. 삼성화재·현대해상화재·동부화재·LIG손보 등 4대 손해보험사의 올 1월말 기준 누적 당기 순이익은 1조5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보업계도 지난해 2~3분기에 영업 호조를 보였음을 감안할 때 금융당국의 고배당 자제 촉구는 확실히 보험사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2010회계연도 13개 상장 보험사의 배당성향 평균은 26.02%였다. 이는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회사의 2006~2010년 평균 배당성향 17.5%에 비하면 꽤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2조7000억원 늘어난 12조원으로 잠정 집계됐는데도 1주당 배당금액은 제자리걸음 수준이라는 점에서 올해는 감독당국의 권고가 어느 정도 효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예외적으로 KB금융의 1주당 배당금은 전년 120원에서 720원으로 크게 늘었다. 당기순이익이 26배 증가한 덕분이라지만 고배당 논란에서는 자유롭지 않다.
기업·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경우도 되레 배당이 크게 늘었다. 기획재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기업은행(정부 지분 65%)과 수출입은행(74%)의 올 배당성향은 각각 24.06%, 22.9%로 전년보다 약 4% 포인트씩 늘어났다. 1주당 배당금액으로 보면 기업은행의 경우는 410원에서 580원으로 인상률이 무려 41.5%나 된다.
국책은행의 고배당 성향은 정부의 세외수입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국책은행이든 일반 금융회사든 배당금 규모가 커질수록 해당 금융사의 자산건전성 훼손은 피할 수 없다.
금융권 고배당은 국부유출이란 비판도 나온다.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지분율은 우리금융(20.9%)을 빼면 모두 60%를 웃돈다. 금융권 고배당을 더욱 경계해야 하는 까닭이다.
조용래 기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