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4차 공천자 명단 살펴보니… “분당 불씨될라”, 공천위 ‘친이 물갈이’ 숨고르기
입력 2012-03-09 19:21
새누리당이 9일 4차 공천자 명단 17명을 발표함에 따라 전체 246곳 중 135곳(54.9%)의 공천이 마무리됐다. 미공천 지역은 경선 45곳을 포함해 111곳이다. 현역의원 25명이 공천에서 탈락했다. 수도권 ‘친이명박계 보복공천’ 반발에 이날 부산의 친박근혜계가 희생 제물이 됐고 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과 홍준표 전 대표의 구명에도 불구하고 이 의원의 최측근 진수희 의원이 탈락됐다.
◇부산 친박 ‘희생양’…강남벨트 속속 공천=부산지역 공천자 6명 중 친이계 성향 4선 정의화 의원과 친박계 유기준 의원이 살아남은 가운데 허태열(북·강서을), 이종혁(진을), 박대해(연제) 의원 등 친박계 의원 3명이 탈락됐다. 허 의원 대신 김도읍 전 부산지검 검사가 민주통합당 문성근 최고위원 ‘대항마’로 결정됐으며 이 의원 지역구에는 이헌승 부산시 대외협력보좌관이 민주당 김정길 후보와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이 전 보좌관은 2007년 박근혜 캠프 수행부단장을 지낸 친박계다. 18대 때 낙천으로 무소속 당선됐던 박대해 의원은 대통령 측근인 김희정 전 청와대 대변인에게 두 번 연속 공천 경쟁에서 밀렸다. 김 전 대변인이 만삭의 몸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어 화제인 가운데 박 의원이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비치고 있어 향후 구도가 주목된다. 이로써 부산 18개 지역구 중 13곳에 대한 공천이 완료됐으며 현역의원 12명 중 5명이 물갈이됐다. 타 지역 현역 중에는 박 위원장이 여의도연구소장으로 임명한 중도성향의 김광림(경북 안동) 의원이 공천된 반면 친박계 정수성(경북 경주) 의원은 탈락하고 손동진 전 동국대 경주캠퍼스 총장이 공천장을 땄다.
강남벨트의 윤곽도 서서히 그려지고 있다. 강남갑에는 재선의 이종구 의원이 탈락하고 박상일 한국벤처기업협회 부회장이 발탁됐다. 이 의원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 선거 당시 나경원 후보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박 부회장은 벤처기업인 출신 조현정 비대위원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을은 이영조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가 공천됐다. 이 공동대표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활동을 해왔다.
강남벨트 전략지역은 6곳 가운데 지난 7일 공천이 확정된 유일호(송파을) 의원과 함께 3곳이 확정됐다. 이혜훈(서초갑), 고승덕(서초을), 박영아(송파갑) 의원이 미확정된 가운데 이 의원과 고 의원은 강북지역 차출설이 나오고 있다. 진수희 의원을 솎아낸 자리(성동갑)는 박 위원장의 싱크탱크로 알려진 국가미래연구원 출신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차지했다.
◇김무성·안경률 공천 보류…친이 결별 ‘뇌관’ 되나=부산의 김무성(남을), 안경률(해운대·기장을), 허원제(진갑) 의원의 공천이 보류된 것은 ‘현역 하위 25% 컷오프(탈락)’에 걸렸지만 정치적 파장을 감안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YS계 핵심 인사로 18대 총선 당시엔 ‘친박 학살’에 반발, 무소속으로 당선된 저력이 있다. 친박계 좌장이었다가 세종시 정국을 거치면서 박 위원장과 결별한 4선 중진이다. 이 점 때문에 김 의원 공천을 배제할 경우 YS의 상도동계와 친이계 탈락자들 간 무소속연대나 분당의 불씨를 제공하는 결과를 자초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3선의 안 의원은 이재오 의원 측근으로 권택기 의원, 김해진 전 특임차관에 이어 진 의원까지 공천에 탈락하면서 사실상 최후의 ‘뇌관’으로 남게 됐다. 안 의원마저 탈락하면 이 의원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돼 공천위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정홍원 공천위원장은 4차 공천자 발표 회견에서 김 의원 등의 발표 유보에 대해 “어떤 사람을 배치할 건가, 지역에 있는 사람과 외부 영입 인사 중 어떤 사람이 적절한지를 논의하다 보니 지연되는 지역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의 발표 시기에 대해선 “다음은 월요일쯤 돼야 발표가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진수희 의원을 타 지역에 재배치할 가능성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단언했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