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목자’… 치유기도 부탁받은 목사가 환자에 신장기증
입력 2012-03-09 19:14
뉴질랜드에서 치유 기도를 부탁받은 목사가 자신의 신장을 기증해 신자의 남편이 건강을 되찾았다고 뉴질랜드 언론이 9일 보도했다.
뉴질랜드 북섬 페토니에 사는 퍼스파 랜초드라는 여성은 남편의 신장병이 나을 수 있도록 자신이 다니는 캘버리(갈보리) 교회의 목사에게 기도를 부탁했다. 그녀의 남편 마누는 1주일에 3차례, 5시간씩 투석치료를 받는 처지였다.
사정을 들은 데이비드 팸 목사는 기도만이 아니라 자신의 신장 하나를 떼어줘 수술을 받도록 했다. 이미 이전에 신장 기증을 위해 신장 전문의와 접촉을 한 일이 있었던 팸 목사는 신자의 이야기에 선뜻 신장을 주기로 했다. 팸 목사는 “신장 기증은 예수의 가르침, 특히 요한복음 말씀에 따른 것이었다”며 “가족들도 적극 지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신장 이식수술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만은 아니었다. 팸 목사의 심장에 이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팸 목사는 수술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자 심장 전문의의 조언마저 뿌리치고 수술을 강행했다. 수술 후 팸 목사는 2주 만에 달리기를 시작해 1주일에 40㎞를 뛰는 훈련을 소화해 두 달 뒤 열린 하프 마라톤을 거뜬히 완주했다. 신장을 이식받은 마누도 건강을 되찾았다.
그는 “나는 교회에 다니지 않았지만 이제 팸 목사와 평생 끊어지지 않을 소중한 유대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결혼생활 33년째를 맞는 그의 아내는 “나도 2009년 신장을 기증받았는데 남편까지 신장 이식수술을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감격스러워했다.
두 가족은 8일 지역에서 열린 생큐데이 기념행사에 다른 신장기증자 및 수혜자들과 함께 나와 프리지아를 심었다. 프리지아는 장기기증으로 부여받은 새로운 삶을 상징한다. 생큐데이는 뉴질랜드 장기기증운동(ODNZ)이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올해 처음 제정한 날로, 세계 신장의 날(3월 첫 번째 화요일) 행사가 열린다.
현재 뉴질랜드에서는 400명이, 수도 웰링턴에서는 55명이 신장을 기다리고 있다. 웰링턴에서는 지난해 27명이 신장 이식수술을 받았는데 이 중 3명만 기증자가 내준 신장을 받았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