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럼비 해안 3일째 추가발파, 펜스 뚫고 진입한 29명 연행… 제주 해군기지 갈등 계속

입력 2012-03-09 19:05

제주 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을 위한 구럼비 해안 발파가 사흘째 진행됐다. 강정마을 주민과 반대단체 활동가들은 9일 여전히 발파작업 중단을 요구하는 항의시위를 벌였다.

◇계속된 구럼비 발파=해군은 오후 3시14분 지난 7, 8일에 이은 11번째 발파를 시작으로 3일째 발파를 이어갔다. 해군은 이날 4차례 발파를 했다. 해군기지사업단은 구럼비 해안 일대의 지면 평탄화 작업을 빨리 완료해 케이슨(방파제를 쌓는 데 기반으로 쓰이는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 제작장을 빠른 시일 내 만든다는 방침이다. 해군은 기상여건이 허락할 경우 앞으로 3개월 동안 매일 4∼5차례씩 발파작업을 강행할 방침이다. 해군기지 시공사는 발파작업을 위해 43t의 화약을 사용하도록 허가받은 상태다.

해군은 전날 화순항에서 옮겨온 무게 8800t 규모의 케이슨을 바다 밑에 가라앉히는 작업을 마쳤다.

◇찬반 시위로 마찰은 여전=문규현 신부를 비롯한 20여명의 종교인과 활동가들이 이날 오전 10시쯤 구럼비 해안으로 몰래 진입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들은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업구역 펜스 아랫부분에 직경 50㎝∼1m가량 구멍을 내고 구럼비 해안으로 들어가 발파작업 중단을 요구하며 항의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29명을 모두 연행해 조사했다.

제주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구럼비 해안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한다면 해군기지는 들어설 수 없다”며 구럼비 해안의 가치판단을 위한 공동조사를 제안했다.

무소속 강용석 의원은 이날 강정마을 해군기지사업단 정문 옆 강정천 다리에서 ‘대양해군 건설’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강 의원은 “할아버지가 강정마을 이웃마을인 법환동 출신으로 저도 제주 사람”이라며 “해군기지는 반드시 제주에 건설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 해적기지’ 발언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경선후보인 김지윤씨도 강정마을을 찾아 ‘구럼비 폭파 중단하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김씨는 “해군기지를 건설하려고 강정 주민들의 생존권을 짓밟고, 강정을 지키려고 나선 평화활동가들을 무자비하게 연행하는 사태를 보면 주민에게는 이들이 ‘해적’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