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픽션으로 자료 만들수 없다’… 檢, 김은석 전 대사 영장기각 격앙
입력 2012-03-09 22:21
CNK 인터내셔널 주가조작 의혹 수사가 좌초 위기에 빠졌다. 검찰이 CNK 기술고문 안모씨와 김은석(55) 전 외교부 에너지자원대사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고, 사건의 핵심인물인 오덕균(46) CNK 대표는 카메룬에 체류하며 귀국 종용에 불응하고 있다.
더 큰 난관은 사건을 바라보는 검찰과 법원의 인식 차다. 이는 김 전 대사의 영장실질심사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9일 김 전 대사에 대한 법원의 영장기각에 대해 “절벽을 느낀다”며 “(법원과) 보는 시각이 다르니 오 대표가 들어온다고 해도 수사는 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검찰은 영장기각 사유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법원이 “공범들과의 공모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한 데 대해 “오 대표가 목을 조르고 김 전 대사가 반항하는 사람의 팔다리를 잡은 격인데 ‘내가 목 조를 테니 당신은 팔다리를 잡아라’는 말을 주고받지 않았다고 해서 공모하지 않은 걸로 본다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공모 혐의를 법원이 엄격하게 해석한 데 대한 불만이다. 검찰은 “김 전 대사가 어떤 말을 했느냐보다 어떤 역할을 했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전 대사가 CNK 주가조작의 핵심이며 그가 없었으면 이번 사건이 발생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 자괴감을 느낄 정도의 일을 저질렀다고도 했다. 검찰은 법원이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한 데 대해서도 “형량이 무거우면 도주할 수 있고, 거짓말하는 것이 증거인멸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김 전 대사가 CNK 관계자들과 허위 보고서 작성을 시사하는 이메일을 주고받고, 오 대표와 김 전 대사가 수백회 이상 통화한 사실도 공개했다. 검찰 관계자는 “모든 보고서가 허위로 판명났다”며 “(사건 관련자들끼리) ‘더는 픽션(허위)으로 자료를 만들 수 없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주고받은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매장량은 다툴 여지가 없다. 카메룬 정부에서 ‘못 믿겠으니 더 발파해서 확인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며 “99.5%가 확인이 안 됐는데 0.5%로 장난을 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장기각으로 김 전 대사에게 카메룬 다이아몬드 추정 매장량 관련 자료를 넘긴 조중표(60) 전 총리실장에 대한 사법처리도 어려울 전망이다. 검찰은 조 전 실장을 이 사건에 끌어들인 사람도 김 전 대사라고 못박았다. 현재로선 오 대표가 귀국하지 않는 한 검찰이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