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전세계 리비아 대사관에 무기은닉” 리비아 외무차관 밝혀

입력 2012-03-09 19:11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대통령이 전 세계 리비아 대사관에 불법적으로 무기를 숨겨두고 테러 행위를 해왔다고 리비아 정부 고위관료가 밝혔다.

모하메드 압둘 아지드 리비아 외무차관은 “지난해 카다피가 축출된 후 해외 대사관을 조사해 본 결과 숨겨진 무기가 발견됐다”며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등 전 세계 여러 나라의 대사관에 무기가 은닉돼 있었다”고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발견된 무기는 권총, 수류탄 등 개인 화기는 물론 부비트랩 차량, 로켓추진 미사일과 폭탄을 만들 수 있는 화학 물품, 소음기와 도청 장치 등 다양했다. 이 무기들은 본국에서 외교행랑 등을 통해 보내졌다. 1988년 스코틀랜드 남부 마을 로커비 상공에서 270명을 사망케 한 미(美) 팬암기 폭발사건, 84년 런던 주재 리비아 대사관 앞 영국 여경찰 피격 사건 등이 이들 무기를 이용한 대표적 사건으로 파악된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실제 카다피는 집권 42년 동안 테러 혐의로 여러 번 소추됐다. 카다피는 90년 테러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서방국가들과 외교 관계를 복원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도 해외 주재 리비아 대사관에서 살상 무기가 발견된 점으로 볼 때 여전히 테러 음모를 획책한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리비아 정부는 이 무기들을 주재국에 그대로 이관할지, 아니면 합법적인 방법을 통해 본국으로 가져올지에 대해 해당국가 정부와 협의를 벌이고 있다.

빈 협약에 따르면 주재국 정부는 외국 대사관의 무기 은닉을 규제할 재량권이 거의 없다. 특히 외교 행랑 등 외교 채널을 통해 전달되는 물품은 서류나 공용물품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수색 및 압류 권한이 전혀 없어 무기 전달 수단으로 이용돼도 차단할 수가 없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정진영 기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