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 개미’들 정치 테마주 주가조작 수법… 상한가에 싹쓸이 매집→개미 유도→물량 폭탄

입력 2012-03-09 19:04


증권사 출신 전업투자자 A씨는 지난해 8월부터 ‘상한가 굳히기’ 수법으로 정치테마주에서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상승 조짐을 보이는 테마주를 선정해 대규모 매수주문을 상한가에 낸 뒤 매매가 성황인 것으로 오인한 투자자들이 추종매수에 나서면 주식을 전량 파는 수법이 그의 장기였다.

올 초 A씨는 ‘박근혜 테마주’ EG에 대한 주가조작에 나섰다. A씨는 지난 1월 3일 오전 10시55분쯤 EG 현재가가 상한가인 7만7000원이고 매도주문은 1만5867주가 전부인 상황에서 매도 잔량의 2.5배에 달하는 4만주(30억8000만원)를 상한가에 사겠다고 주문을 냈다.

A씨는 매도물량(1만5867주) 전부를 사들이고 미체결 2만4133주는 상한가 매수주문으로 남겨둬 매수세가 강하게 보이도록 했다. 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 투자자들은 상한가 추종매수에 나섰다. 다음날에도 투자자들의 매수가 이어졌고 시가가 8만원까지 형성되자 A씨는 전일 매수한 주식 4만주를 전량 매도해 하루 만에 1억2000만원의 시세차익을 냈다.

A씨는 지난해 8월 1일부터 올 1월 13일까지 EG, 안철수연구소 등 테마주 30종목에 대해 401차례 상한가 굳히기 주문을 내 54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또 다른 전업투자자인 B씨와 친구 C씨도 지난해 9월 중순부터 4개월 가까이 ‘문재인 테마주’인 바른손, S&T모터스 등 8개 테마주 종목에 대해 유사한 상한가 굳히기 수법으로 11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자신들의 보유한 200억원으로 수십만주의 상한가 매수 주문을 내 며칠간 주가를 끌어올린 뒤 물량을 순식간에 팔아 치운 것이다.

증권선물위원회는 9일 박근혜·안철수·문재인 등 대권주자와 관련된 31개 테마주를 이용해 불공정거래 행위를 한 혐의로 투자자 3명을 고발하고, 이들을 도운 사람 3명과 풍문을 유포한 부정거래 행위자 1명은 검찰에 통보했다.

증선위가 적발한 테마주 주가조작 수법에는 ‘상한가 굳히기’ 외에 헛소문 퍼트리기도 있었다. 일반 투자자인 D씨는 안철수 테마주인 솔고바이오 주식 8만3749주를 사들인 뒤 인터넷에 여러 개의 필명으로 루머를 퍼트렸다. D씨는 “솔고바이오 사외이사가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매우 친밀한 관계”라는 내용 등의 글을 주식전문 사이트인 팍스넷 종목 게시판에 59차례 올렸다. 대기업의 인수합병(M&A) 가능성을 거론하는 글도 46차례 올렸다.

D씨는 이 같은 풍문을 동원해 투자자를 계속 끌어들인 뒤 주식을 일거에 처분하면서 7100만원의 부당이득을 얻기도 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