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불신 조장하는 하이마트 탈세비리

입력 2012-03-09 17:49

국내 가전 유통업체의 간판격인 하이마트 선종구 회장 일가가 1000억원대의 회삿돈과 개인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자택, 계열사, 납품업체와 그의 딸이 대주주인 광고회사가 이미 압수수색 당했다. 뛰어난 경영자로 알려졌던 선 회장이 파렴치한 기업인으로 추락하는 장면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움과 함께 분노를 느낀다.

어제는 아들 명의로 미국 비벌리힐스에 200만 달러 상당의 고급주택을 구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자금 출처는 조만간 밝혀지겠지만 재산해외도피혐의는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태광산업과 한화, SK에 이어 불거진 또 하나의 대기업 비리다. 이번 사건은 비리 기업인이 저지를 수 있는 온갖 형태가 망라된 종합선물센트에 가깝다. 횡령에다 탈세와 재산해외도피 혐의에 더해 남품업체에 수억원의 골프장 회원권을 구매하도록 강요한 혐의가 포함돼 있다.

기업인의 대형비리사건은 열심히 일하는 다른 유능한 기업인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데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 동시에 이 회사를 믿고 이용한 소비자들도 배신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이마트는 선 회장의 탁월한 리더십과 고객들의 절대적인 성원에 힘입어 성장한 회사이기 때문에 더욱 좌절을 느끼게 만든다. 국민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반기업 정서를 갖게 만드는 역기능을 조장한다는 말이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표에 눈이 먼 정치인들이 별 다른 근거없이 대기업을 옥죄는 공약을 남발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검찰 수사 발표를 기다려봐야 드러나겠지만 그의 비리는 원가 부풀리기, 이면계약 등으로 회삿돈을 빼돌린 뒤 자기 욕심을 채운 것으로 보인다. 도덕성이 제로라는 측면에서 검찰조사와 여론의 뭇매를 맞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검찰이 원칙에 따라 수사하는 것은 당연하거니와 다른 기업인들은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윤리경영, 정도경영을 정착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권은 반기업 정서에 편승한 시장 파괴적 공약을 남발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