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명숙 리더십’ 좌표부터 돌아보기를
입력 2012-03-09 17:50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임종석 사무총장이 어제 사무총장직과 서울 성동을 총선 후보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단적인 사례다. 한 대표는 지난 1월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직후,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임 총장을 전격 발탁했다. “임종석의 억울함을 벗기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광주광역시에서 투신 사건이 일어나고, 공천에서 탈락한 구(舊)민주계와 한국노총, 친노 인사들이 주축인 ‘혁신과통합(혁통)’이 잇따라 반기를 들자 한 대표는 결국 임 총장을 사퇴시키기에 이르렀다. 임 총장은 물론 한 대표도 상처를 입은 셈이다.
임 총장의 중도하차로 공천 갈등은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하겠다. 하지만 갈등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고, 나아가 하락하고 있는 민주당 지지율을 상승시키는 전기가 마련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형평성을 상실했다고 비난 받아온 ‘임종석 공천’ 논란은 해소됐지만, 공천 작업 전반을 둘러싼 잡음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비근한 예로 임 총장과 함께 소위 ‘비리 전력자’로 분류되면서도 공천을 받은 이화영 후보 등의 경우 공천장을 반납할 의사가 없다고 밝혀 이들의 거취를 말끔하게 정리하기가 만만찮다. 또 혁통과 구민주계, 노동계는 각기 자기 쪽 인사들을 더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계파 간 반목이 언제 다시 불거질지 불안한 상황이다. 일부 인사는 한 대표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 공천 파동의 책임을 지고 비례대표로 나서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한 대표가 어떻게 사태를 수습해 나갈지 주목된다.
좌파 색채가 짙은 통합진보당과의 선거 연대에 치중한 나머지 제주 해군기지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에 대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도 한 대표는 소홀히 들어선 안 된다. 언제까지 소수 정당에 질질 끌려 다니며 선동정치를 계속할 셈인가. ‘공천 정국’을 활용해 한 대표가 독단적인 리더십으로 민주당에 해를 끼치고 있다며 속만 태우는 인사들이 민주당 내에도 적지 않다는 것을 한 대표는 알아야 한다.